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 외교통일위원 간 오찬 간담회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한·미, 한·일 외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4일 국회 사랑재에서 4선 이상 중진급 의원들이 대거 포진해 있는 외통위원들과 오찬 간담회를 열었다. 오찬 간담회에서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초계기 위협 비행 문제를 비롯,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한 여야 의원의 쓴소리가 나왔다.

문 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그 어느 때 보다 의회 외교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외통위원들은 대미, 대중, 대일 외교가 이런 식으로 계속돼야 하는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라며 허심탄회한 의견 제시를 요구했다.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대일, 대미 외교에 대한 쓴소리가 나왔다 이수혁 민주당 의원은 “한·일관계가 날로 악화돼 걱정”이라며 “청와대가 관계 모색에 나서야 하는데 접촉조차 안 하려고 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무성 한국당 의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후보시절부터 해외주둔미군 방위비 분담 문제 거론해왔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미국측에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안이하게 협상에 임했다가 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의 무능을 드러냈다. 2차 북미회담 이전에 타결해 또 다른 빌미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반면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노력할 만큼 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갑자기 틀었다”며 “문 의장이 내달 방미하면 미 의회 등에 충분히 설명하는 기회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일 갈등과 관련해선 “일본이 우리를 만만히 보는 경향이 있다. 일본 의원들이 찾아와 무리한 주장을 하는데 잘 이해시킬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당 송영길 의원은 “우리 해군 함정의 레이더 조사(照射) 논란과 일본 측의 저공비행 위협 문제에 대해 군사정보보호협정에 따라 영상 공유 등을 통해 해결하면 되는데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방적으로 공개해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했다”며 “이런 식이라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갱신할 이유가 없다”고 거들었다.

유기준 한국당 의원은 반면 “한·일 관계는 내치와 외교 구분해야 한다”며 “한·일간에는 일본 8개현 농수산물수입금지, 한·일공동어로수역 조업 문제, 부산 경남지역의 일본 투자 감소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북 핵협상과 관련, “트럼프 정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핵 비확산으로 자국 위협만 막는 선에서 타협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찬 간담회에는 “의원 외교를 활성화하자”는 문 의장의 발언을 끝으로 약 1시간 30분이 지나 종료됐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