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전국지방의원 여성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당권주자인 황교안 전 국무총리(오른쪽)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당 전국지방의원 여성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유한국당 차기 당대표를 뽑는 ‘2·27 전당대회’ 구도가 출렁이고 있다.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이 점쳐졌던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24일 불출마 의사를 밝히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 등 차기 대권 주자들을 향해 “전당대회에 나오지 말아 달라”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당에 혼란을 준 분, 당을 잘못 관리한 분, 당의 어려움을 방관하고 어떤 기여도 하지 않은 분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유력 당권 주자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홍준표 전 대표, 황 전 총리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그는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이분들을 두고 이렇게 얘기까지 했는데 내가 출마할 수 있겠느냐”고 답했다. 사실상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김 위원장은 세 명의 주자 가운데서도 당대표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관측되는 황 전 총리를 향해 유독 날을 세웠다. 그는 “황 전 총리는 당에 대한 기여도가 낮고 ‘친박(친박근혜)·탄핵 프레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단점도 안고 있다”며 “이런 프레임은 당 통합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내년 총선 전세를 공세에서 수세로 바꿀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당 한 중진 의원은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둔 김 위원장으로선 황 전 총리가 벌써부터 당권을 장악해 내년 총선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며 “불출마에 무게를 두던 홍 전 대표가 전당대회 출마 채비에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 아니겠느냐”고 했다. 전당대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김무성 전 대표도 이날 황 전 총리 등을 겨냥해 “대권을 생각하고 있는 지도자라면 이번 전당대회에 나와선 안 된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이 같은 ‘경고’에도 황 전 총리 등이 전당대회 출마를 강행하면 김 위원장이 당 분란 방지를 명분으로 당권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 전 총리는 이날 전당대회 불출마 요구에 대해 “나는 나의 길을 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간담회 발언을 들은 오 전 시장도 “대권 주자는 나오지 말아야 할지 여부는 비대위원장이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한편 홍 전 대표가 전날 언론을 통해 대구·경북(TK) 지역 후보 단일화 논의 대상으로 지목한 주호영 의원과 김문수 전 경기지사는 이날 “그런 일은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주 의원은 “홍 전 대표가 다음 대선 불출마 의사부터 먼저 밝힌다면 단일화 논의도 해볼 수 있다”며 “홍 전 대표 지지 기반은 TK도 아니지 않으냐”고 했다. 김 전 지사는 단일화할 경우 홍 전 대표가 아니라 황 전 총리와 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