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가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율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앞세워 영국을 떠나려는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친(親)기업 정책 기조를 펼치고 있는 네덜란드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후 유럽의 새로운 비즈니스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AFP통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사업 근거지 이전을 위해 접촉한 영국 소재 기업이 250개를 넘어섰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와 접촉한 기업은 2017년에는 80여 개사 정도였으나 최근 2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기업 사이에 영국이 아무 합의 없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네덜란드 정부의 이 발표는 일본 전자기업 소니가 유럽 본사를 영국에서 네덜란드로 옮기겠다고 밝힌 다음날 나왔다. 일본 파나소닉은 이미 지난해 10월 브렉시트에 따른 잠재적 세금 문제를 이유로 유럽 본사를 런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으로 이전했다. 네덜란드 외국인투자청 대변인은 “다음달 중에 네덜란드로 사업 기반을 옮기기로 한 기업의 최종 현황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근거지로 네덜란드를 선택하는 데는 기업친화적 환경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네덜란드는 최저 법인세율이 20%로 유럽 국가 가운데선 상대적으로 낮은 편인 데다 이마저도 2021년까지 16%로 인하할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외국 기업에 대해선 유연한 조세제도를 적용하고 있다. 영어를 공용어로 택하고 있어 언어 장벽도 거의 없다. 미국 포브스는 지난해 네덜란드를 ‘세계에서 사업하기 가장 좋은 국가’ 3위에 선정하기도 했다.

네덜란드 정부도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정상회담 때마다 기업 유치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뤼터 총리는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네덜란드를 찾았을 때도 기업 투자에 대한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고조됨에 따라 글로벌 은행들은 줄줄이 런던에서 자금을 뺄 계획을 밝히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도이체방크를 포함한 5개 은행은 7500억유로(약 964조6200억원)에 달하는 자산을 런던에서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옮기기로 결정했다. 도이체방크는 최소 4000억유로를 런던에서 뺀다고 밝혔고 JP모간 역시 향후 1~2년 사이 2000억유로 규모의 자금을 런던에서 회수할 계획이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