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소비·투자·고용 부진 '경고'…低성장 장기화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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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리 동결
올해 성장 전망 2.6%로 낮춰
비상등 켜진 수출 회복 안되면 성장률 전망 또 낮출 가능성
기준금리는 年 1.75%로 동결
올해 성장 전망 2.6%로 낮춰
비상등 켜진 수출 회복 안되면 성장률 전망 또 낮출 가능성
기준금리는 年 1.75%로 동결
한국이 1960년대 산업화에 나선 이후 경제 성장률이 지난해(2.7%)보다 낮았던 적은 네 번 있다. 2차 석유파동으로 세계 경제가 고꾸라졌던 1980년과 국가 부도사태를 겪은 1999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흔들었던 2009년 그리고 유럽 재정위기가 절정에 달했던 2012년이다. 지난해는 글로벌 경제 성장률이 3%대에 달하는 등 대외 여건이 비교적 양호했고 한국의 수출 호황이 이어진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이례적인 저성장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은 올해와 내년엔 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올해는 2.6%로 하락하고 내년에도 같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경제가 성숙단계에 도달한 데 따른 성장률 둔화만으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한국 성장률은 미국보다 낮은 것으로 추정된다. 24일 한은의 전망을 보면 수출과 함께 성장을 지탱하는 3대 축인 소비와 투자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한국 경제가 구조적 침체로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한은은 올해에도 소비·투자·고용지표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였던 2012년(2.3%)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와 각종 복지 지원 등으로 소비를 진작했음에도 2.8% 증가에 그쳤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설비투자는 2.0% 증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대체로 이듬해에는 기저효과로 두 자릿수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설비투자가 1.7% 감소했음에도 올해는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투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0%로 20년 만에 최악의 감소를 보였다. 이마저도 정부가 재정을 풀어 대규모 토목공사에 나서 감소폭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는 3.2% 감소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지난해 얼어붙은 고용시장 역시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가 14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 참사 수준으로 평가된 작년의 9만7000명보다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다. 고용률과 실업률은 지난해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봤다.
더욱 어두운 것은 수출이다. 지난해 그나마 양호했던 수출은 12월부터 꺾이기 시작해 올해 1월 들어선 감소폭이 더 커지고 있다. 통관일 기준으로 1월 1~2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급감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6%는 반도체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수출 둔화가 일시적이며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짠 것이다. 수출 둔화가 장기화된다면 2.6%조차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둔화 국면이 이어진다면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실물경기가 감내할 수 있다면 금융 불균형의 확대를 막을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실물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본격적인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는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 힘들다는 취지다. 한은이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목표인 2.0%보다 크게 낮은 1.4%로 제시한 점도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으로 점쳐지는 배경이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
한은은 올해에도 소비·투자·고용지표의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은 2.6%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유럽 재정위기 당시였던 2012년(2.3%) 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정부가 유류세 인하와 각종 복지 지원 등으로 소비를 진작했음에도 2.8% 증가에 그쳤는데 올해는 이보다 더 떨어질 것으로 본 것이다.
설비투자는 2.0% 증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설비투자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뒤 대체로 이듬해에는 기저효과로 두 자릿수에 가까운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설비투자가 1.7% 감소했음에도 올해는 소폭 증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건설투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4.0%로 20년 만에 최악의 감소를 보였다. 이마저도 정부가 재정을 풀어 대규모 토목공사에 나서 감소폭이 줄어든 것이다. 올해는 3.2% 감소할 것으로 한은은 내다봤다.
지난해 얼어붙은 고용시장 역시 당분간 풀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은 올해 취업자 수가 14만 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자리 참사 수준으로 평가된 작년의 9만7000명보다 소폭 늘어나는 데 그치는 것이다. 고용률과 실업률은 지난해 수준에서 머물 것으로 봤다.
더욱 어두운 것은 수출이다. 지난해 그나마 양호했던 수출은 12월부터 꺾이기 시작해 올해 1월 들어선 감소폭이 더 커지고 있다. 통관일 기준으로 1월 1~20일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6% 급감했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2.6%는 반도체 가격 하락 등에 따른 수출 둔화가 일시적이며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가정에서 짠 것이다. 수출 둔화가 장기화된다면 2.6%조차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하반기 반도체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한국 경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둔화 국면이 이어진다면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75%로 동결했다. 이 총재는 “실물경기가 감내할 수 있다면 금융 불균형의 확대를 막을 필요가 있다”며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실물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본격적인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는 금리를 추가로 올리기 힘들다는 취지다. 한은이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목표인 2.0%보다 크게 낮은 1.4%로 제시한 점도 금리 인상이 늦어질 것으로 점쳐지는 배경이다.
고경봉/서민준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