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새 코픽스 도입해도 대출금리 크게 떨어지진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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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출체계 개선안 비판…"금융당국 의도 수상하다"
은행 "정부가 잘못된 정보 전달"
코픽스 낮아지는 만큼 가산금리 자동으로 올라
非시장성 자금 비중 높아지면 리스크 커지기 때문
정부 압박으로 대출금리 어느 정도는 내려야할 듯
금융위 "은행들 실적 좋아…대출금리 인하 여력 커"
은행 "정부가 잘못된 정보 전달"
코픽스 낮아지는 만큼 가산금리 자동으로 올라
非시장성 자금 비중 높아지면 리스크 커지기 때문
정부 압박으로 대출금리 어느 정도는 내려야할 듯
금융위 "은행들 실적 좋아…대출금리 인하 여력 커"
‘은행권 대출금리 산정 개선방안’이 일제히 보도된 지난 23일 아침. 다수의 은행 여신담당자가 한국경제신문에 전화를 걸어왔다. 이들은 “정부가 22일 발표한 내용은 상당히 잘못됐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결같이 “금융당국은 새 코픽스(COFIX·자본조달비용지수)가 도입되면 대출금리가 0.27%포인트 낮아질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실제로는 변동이 없다”며 “정부가 대출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은행 관계자들이 이처럼 정부를 정면 비판하고 나선 이유는 뭘까.
정부 일제히 비판 나선 은행들
금융위원회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출금리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언론 브리핑을 했다. 개편방안의 핵심은 오는 7월부터 새로운 코픽스(잔액 기준)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새 코픽스는 현재 코픽스보다 금리가 0.27%포인트 낮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낮아질 것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와 가감조정금리를 더해서 결정된다. 여기서 기준금리가 코픽스다. 코픽스는 8개 은행이 조달한 정기 예·적금, 상호부금,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8개 수신상품의 평균 비용을 가중평균한 것. 전국은행연합회가 매달 신규취급 기준 코픽스와 잔액 기준 코픽스를 발표한다.
금융당국은 보통예금 등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을 넣은 새 코픽스가 산정될 것이라고 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연 0.1% 정도로 낮다. 이 같은 요구불예금 등이 코픽스 계산 때 들어가면 금리가 0.27%포인트 낮아진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위가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코픽스(기준금리)가 낮아지더라도 가산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최종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는다고 했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 리스크 프리미엄, 유동성 프리미엄, 목표이익률 등을 합쳐 산정하는데, 새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대출상품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자동으로 상승한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여신담당자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산정할 때 핵심이 시장성 자금조달이냐 아니냐는 문제”라며 “새 코픽스엔 요구불예금, 한국은행 차입금 등 비(非)시장성 자금이 감안되기 때문에 당연히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코픽스 무용론도 제기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이 같은 현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리핑 때 금융위 당국자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가 낮아지는 만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면 실제 대출금리가 낮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면 비난 여론이 일 수밖에 없고 이것이 은행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 발언을 두고 “가산금리가 자동으로 올라가야 하는데도 금융당국은 이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으로 보고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코픽스 무용론’도 제기했다. A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시장금리로 정해지는 것인데 마치 과거 자금조달 금리 평균을 산출한 코픽스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오해하는 것 같다”며 “은행들에 가산금리에 손대지 말라고 하면 향후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변동하는 경우 그만큼 손실을 떠안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최근 2년간 코픽스가 6개월 금융채와 비슷하게 움직여 코픽스 변동분만 반영해 대출금리가 적용됐을 뿐 금리인상 국면에서 손실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은행 관계자는 “미국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대출 기준금리를 정하고 자율로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정한다”며 “은행연합회를 내세워 공통된 기준을 정하고 금융당국이 압박을 가해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 코픽스 도입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올라가는 측면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은행들의 이익 규모가 큰 만큼 대출금리를 내릴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론적으론 대출금리가 안 떨어지지만 현실적으론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가 강해 어느 정도 내리긴 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
정부 일제히 비판 나선 은행들
금융위원회는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출금리 개편방안을 발표하고 언론 브리핑을 했다. 개편방안의 핵심은 오는 7월부터 새로운 코픽스(잔액 기준)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새 코픽스는 현재 코픽스보다 금리가 0.27%포인트 낮기 때문에 대출금리가 낮아질 것이라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은행의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가산금리와 가감조정금리를 더해서 결정된다. 여기서 기준금리가 코픽스다. 코픽스는 8개 은행이 조달한 정기 예·적금, 상호부금,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등 8개 수신상품의 평균 비용을 가중평균한 것. 전국은행연합회가 매달 신규취급 기준 코픽스와 잔액 기준 코픽스를 발표한다.
금융당국은 보통예금 등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을 넣은 새 코픽스가 산정될 것이라고 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연 0.1% 정도로 낮다. 이 같은 요구불예금 등이 코픽스 계산 때 들어가면 금리가 0.27%포인트 낮아진다는 게 금융위 설명이다.
하지만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위가 사실을 정확히 전달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코픽스(기준금리)가 낮아지더라도 가산금리가 높아지기 때문에 최종 대출금리는 내려가지 않는다고 했다. 가산금리는 업무원가, 리스크 프리미엄, 유동성 프리미엄, 목표이익률 등을 합쳐 산정하는데, 새 코픽스를 기준으로 삼는 대출상품은 리스크 프리미엄이 자동으로 상승한다는 것이 은행 관계자들의 진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여신담당자는 “리스크 프리미엄을 산정할 때 핵심이 시장성 자금조달이냐 아니냐는 문제”라며 “새 코픽스엔 요구불예금, 한국은행 차입금 등 비(非)시장성 자금이 감안되기 때문에 당연히 리스크 프리미엄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코픽스 무용론도 제기
은행 관계자들은 금융당국이 이 같은 현황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브리핑 때 금융위 당국자도 비슷한 언급을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가 낮아지는 만큼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면 실제 대출금리가 낮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면 비난 여론이 일 수밖에 없고 이것이 은행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 발언을 두고 “가산금리가 자동으로 올라가야 하는데도 금융당국은 이를 인위적으로 올리는 것으로 보고 압박을 가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코픽스 무용론’도 제기했다. A은행 관계자는 “대출금리는 시장금리로 정해지는 것인데 마치 과거 자금조달 금리 평균을 산출한 코픽스에 따라 결정되는 것처럼 오해하는 것 같다”며 “은행들에 가산금리에 손대지 말라고 하면 향후 시장금리가 급격하게 변동하는 경우 그만큼 손실을 떠안는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최근 2년간 코픽스가 6개월 금융채와 비슷하게 움직여 코픽스 변동분만 반영해 대출금리가 적용됐을 뿐 금리인상 국면에서 손실폭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은행 관계자는 “미국 은행들은 자체적으로 대출 기준금리를 정하고 자율로 가산금리를 붙여 대출금리를 정한다”며 “은행연합회를 내세워 공통된 기준을 정하고 금융당국이 압박을 가해 대출금리를 내리라고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새 코픽스 도입으로 리스크 프리미엄이 올라가는 측면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은행들의 이익 규모가 큰 만큼 대출금리를 내릴 여지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은행 관계자들은 “이론적으론 대출금리가 안 떨어지지만 현실적으론 정부의 대출금리 인하 요구가 강해 어느 정도 내리긴 해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