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속되고… 사과하고… 침묵하고 >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이 24일 새벽 ‘사법 농단’ 의혹으로 구속되자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아침 출근길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비슷한 시간 문무일 검찰총장은 별다른 언급 없이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연합뉴스
< 구속되고… 사과하고… 침묵하고 >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이 24일 새벽 ‘사법 농단’ 의혹으로 구속되자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아침 출근길 국민에게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 비슷한 시간 문무일 검찰총장은 별다른 언급 없이 대검찰청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24일 새벽 구속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는 마무리 단계로 들어갔다. 검찰은 법원의 ‘재판부 배당 조작’과 ‘정치권 재판 청탁 수용’ 의혹 등에 대한 추가 수사를 거쳐 설 연휴(2월 4~6일) 전후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을 한꺼번에 기소할 전망이다.

기소 대상 상당히 줄어들 수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25일 양 전 대법원장을 서울구치소에서 처음으로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에게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하도록 해줬지만 시간적 여유가 많지는 않다. 형사소송법상 검찰은 구속으로 신병을 확보한 이후 20일(다음달 12일) 안에는 기소해야 한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영장 청구서에 이미 담겨 있는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의 민사소송 등 재판 개입과 법관 사찰 및 인사 보복(판사 블랙리스트) 등 40여 가지 혐의 외에도 추가 혐의를 수사해 공소장에 포함할 전망이다.

검찰은 2015년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지위확인 항소심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이 무작위로 배당해야 하는 재판을 특정 재판부로 보내기 위해 배당을 조작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정치권의 재판 청탁 의혹에도 그가 연루됐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이 설 무렵에는 수사를 끝내고 재판에 넘길 것이란 관측이 많다. 만약 새로 제기된 혐의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경우 이번 기소에선 빼놓고 추가 기소에 포함시킬 가능성도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기소 대상은 양 전 대법원장의 구속으로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도 “사건의 책임자(양 전 대법원장)가 구속 등으로 무거운 책임을 지면 기소 대상 범위가 줄어드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기소 예상 명단에는 양 전 대법원장과 박·고 전 대법관 외에도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이민걸·이규진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수십 명의 전현직 법관들이 오르내렸다.

“유죄라면 징역 2~5년형 전망”

법조계에선 양 전 대법원장이 유죄로 판단되면 징역 2년형에서 5년형 정도가 선고될 수 있다고 내다본다. 양 전 대법원장 혐의 가운데 대다수는 재판개입에 따른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형법 제123조)다. 이 법을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양 전 대법원장은 직무유기와 위계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도 받는다. 법원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편성에 따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혐의는 손실액이 3억5000만원이어서 최대 형량은 3년 이상 유기징역이다.

여러 개의 혐의를 받는 경합범은 가장 무거운 죄 형량의 2분의 1까지 가중할 수 있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법률상 최저형은 징역 1개월, 최고형은 징역 7년6개월이라는 게 법조계 분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는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징역 2년)과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1년6개월) 등의 형량을 감안할 때 대부분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면 양 전 대법원장에게는 징역 2~5년가량이 선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의 사회적 의미가 큰 데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까지 구속돼 있어 일반적인 경우보다 형량이 높아질 여지가 있지만 그동안 법원이 직권남용죄 성립 요건을 엄격하게 따져왔기 때문에 양 전 대법원장에게 마냥 불리하다고 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이 임 전 차장 사건과 병합되면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가 맡게 된다. 이렇게 되면 양 전 대법원장과 임 전 차장이 사실관계를 두고 서로 다투는 모습이 나올 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의 1심 선고는 1심 최대 구속 기한(6개월)이 끝나지 않는 7월 중순 이전에 나올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