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크젯 프린터처럼 인체 장기도 3D 프린팅…각막·간·뼈·피부 등 ‘맞춤형’으로 찍어내 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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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막을 다친 환자에게 3D 프린터로 만든 새 각막을 생성해 이식한다. 간이 손상된 환자에게는 돼지 간에서 추출한 부위 일부를 역시 3D 프린터로 오려내 붙이고, 혈관이나 피부도 마찬가지다. 먼 미래가 아니라 세계 과학계에서 이미 일어나고 있거나 눈 앞에 둔 일이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각막, 간, 피부, 혈관 등을 생성해 인간에게 이식하는 기술을 ‘3D 바이오프린팅’이라고 부른다. 미국, 중국 등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해 인공장기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타인의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 병원에서 막연하게 기다리는 일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자 맞춤형 인공장기’ 생산한다
최초의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2008년 개발됐다. 일본 도야마대 나카무라 마코토 교수는 장기를 수평으로 얇게 저민 뒤 각 층별로 세포의 배열순서를 알아낸 다음, 잉크젯 프린터로 똑같은 생체 구조물을 찍어내는데 성공했다. 잉크젯 프린터가 분사하는 잉크방울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인 인체의 세포 크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나카무라 교수는 당시 “20년 후 쯤이면 이 기술이 실용화돼 장기이식 수술을 위한 ‘훌륭한 심장’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보다 10여 년이 이른 지금, 이 기술은 이미 현실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5월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사람의 각막을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기반이 된 것은 사람들에게 기증받은 각막 줄기세포다. 해초에서 추출한 알긴산염과 콜라겐 등으로 바이오잉크를 만든 뒤, 이를 각막 줄기세포와 혼합해 인쇄했다. 그 결과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인공각막이 탄생했다.
3D 바이오프린팅은 간단하게 말해 흔히 쓰는 잉크젯 프린터처럼 특정 재료를 활용해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신체부위를 모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줄기세포 등이 쓰이면서 인체에 적용됐을 때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준다.
핵심은 바이오잉크에 있다. 보통 젤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신체 부위에 따라 그 성분이 따르다. 통상 콜라겐이나 펩타이드처럼 세포가 포함된 세포계 재료와 치아·뼈 등의 인산칼슘, 그리고 연골재생에 필요한 다당류 등의 비세포계 물질을 이것저것 혼합해 사용한다. 바이오잉크는 열을 가해도 세포가 손상되거나 기질이 변화하면 안 된다. 때문에 적합한 바이오잉크 재료를 찾는 게 이 분야의 연구진들의 핵심 과제다.
미국의 생명공학 업체인 오가노보는 2013년 수만 개 세포로 구성된 바이오잉크를 사용해 1㎝가 되지 않는 인공 간을 제작했다. 인공 간이 42일간 생명활동을 유지했고,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오가노보는 신약개발에 나섰다. 중국의 레보텍은 2016년 원숭이의 지방층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혈관을 3D 프린팅한 후 다시 원숭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텍, 세계 최고 세포프린터 개발
국내에서도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학계에서 주도하는 인물은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다.
조 교수는 2016년 3D 세포 프린팅으로 세계 최초의 인공근육 제작에 성공했다. 골격근 조직에서 세포만을 제외한 세포외기질을 바이오잉크로 활용함으로써 가능했다. 이 바이오잉크에 줄기세포를 결합하면 실제 세포처럼 생명력을 얻는다. 제작된 인공 근육은 실제 근육과 흡사한 움직임을 모사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 교수는 같은 방식으로 인공 피부도 만들었다.
조 교수는 또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는 인공심장 조직 연구에 나섰다. 그는 “돼지 조직을 탈세포화 시켜서 남은 세포를 패치식으로 만든 후 인간의 심장에 붙이는 기술”이라며 “이를 통해 죽었던 심장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돼지의 신체조직은 인공장기를 만드는 데 두루 쓰인다. 원숭이나 소처럼 각종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없고, 가격이 저렴해서다. 다만 일반 돼지는 인체에 바로 적용했을 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인공장기 생성에 적합한 유전자변형 돼지가 널리 쓰이고 있다. 학자들은 돼지의 조직을 점성화된 바이오잉크로 만든 뒤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제형하고, 여기에 줄기세포 등을 결합해 인체에 적용하는 방식을 쓴다.
기업 쪽에서는 국내 최초의 3D 바이오프린터를 개발한 로킷이 선두주자다. 각막과 심장조직을 만들어 토끼를 대상으로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구강암 환자의 턱뼈 재건수술에도 성공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각막, 간, 피부, 혈관 등을 생성해 인간에게 이식하는 기술을 ‘3D 바이오프린팅’이라고 부른다. 미국, 중국 등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3D 바이오프린팅을 통해 인공장기를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타인의 장기를 이식받기 위해 병원에서 막연하게 기다리는 일이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환자 맞춤형 인공장기’ 생산한다
최초의 바이오프린팅 기술은 2008년 개발됐다. 일본 도야마대 나카무라 마코토 교수는 장기를 수평으로 얇게 저민 뒤 각 층별로 세포의 배열순서를 알아낸 다음, 잉크젯 프린터로 똑같은 생체 구조물을 찍어내는데 성공했다. 잉크젯 프린터가 분사하는 잉크방울 크기가 10㎛(마이크로미터)인 인체의 세포 크기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착안한 것이다.
나카무라 교수는 당시 “20년 후 쯤이면 이 기술이 실용화돼 장기이식 수술을 위한 ‘훌륭한 심장’을 대량 생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보다 10여 년이 이른 지금, 이 기술은 이미 현실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5월 영국 뉴캐슬대 연구진은 세계 최초로 사람의 각막을 3D 프린터로 제작했다. 기반이 된 것은 사람들에게 기증받은 각막 줄기세포다. 해초에서 추출한 알긴산염과 콜라겐 등으로 바이오잉크를 만든 뒤, 이를 각막 줄기세포와 혼합해 인쇄했다. 그 결과 사람에게 적용할 수 있는 인공각막이 탄생했다.
3D 바이오프린팅은 간단하게 말해 흔히 쓰는 잉크젯 프린터처럼 특정 재료를 활용해 사람에게 이식할 수 있는 신체부위를 모사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줄기세포 등이 쓰이면서 인체에 적용됐을 때 자연스럽게 정착할 수 있도록 영향을 준다.
핵심은 바이오잉크에 있다. 보통 젤 형태로 만들어져 있는데, 신체 부위에 따라 그 성분이 따르다. 통상 콜라겐이나 펩타이드처럼 세포가 포함된 세포계 재료와 치아·뼈 등의 인산칼슘, 그리고 연골재생에 필요한 다당류 등의 비세포계 물질을 이것저것 혼합해 사용한다. 바이오잉크는 열을 가해도 세포가 손상되거나 기질이 변화하면 안 된다. 때문에 적합한 바이오잉크 재료를 찾는 게 이 분야의 연구진들의 핵심 과제다.
미국의 생명공학 업체인 오가노보는 2013년 수만 개 세포로 구성된 바이오잉크를 사용해 1㎝가 되지 않는 인공 간을 제작했다. 인공 간이 42일간 생명활동을 유지했고, 이 연구결과를 토대로 오가노보는 신약개발에 나섰다. 중국의 레보텍은 2016년 원숭이의 지방층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혈관을 3D 프린팅한 후 다시 원숭이에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포스텍, 세계 최고 세포프린터 개발
국내에서도 3D 바이오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인공장기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다. 학계에서 주도하는 인물은 조동우 포스텍 기계공학과 교수다.
조 교수는 2016년 3D 세포 프린팅으로 세계 최초의 인공근육 제작에 성공했다. 골격근 조직에서 세포만을 제외한 세포외기질을 바이오잉크로 활용함으로써 가능했다. 이 바이오잉크에 줄기세포를 결합하면 실제 세포처럼 생명력을 얻는다. 제작된 인공 근육은 실제 근육과 흡사한 움직임을 모사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조 교수는 같은 방식으로 인공 피부도 만들었다.
조 교수는 또 심근경색 환자들에게 쓰일 수 있는 인공심장 조직 연구에 나섰다. 그는 “돼지 조직을 탈세포화 시켜서 남은 세포를 패치식으로 만든 후 인간의 심장에 붙이는 기술”이라며 “이를 통해 죽었던 심장을 다시 복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돼지의 신체조직은 인공장기를 만드는 데 두루 쓰인다. 원숭이나 소처럼 각종 질병이 발생할 우려가 없고, 가격이 저렴해서다. 다만 일반 돼지는 인체에 바로 적용했을 시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인공장기 생성에 적합한 유전자변형 돼지가 널리 쓰이고 있다. 학자들은 돼지의 조직을 점성화된 바이오잉크로 만든 뒤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제형하고, 여기에 줄기세포 등을 결합해 인체에 적용하는 방식을 쓴다.
기업 쪽에서는 국내 최초의 3D 바이오프린터를 개발한 로킷이 선두주자다. 각막과 심장조직을 만들어 토끼를 대상으로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삼성서울병원은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한 구강암 환자의 턱뼈 재건수술에도 성공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