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된 여동생·아내 위해 20여년 싸운 투사
미쓰비시 강제징용 1차 소송 당사자 김중곤씨 별세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1차 소송 원고인 김중곤(95) 할아버지가 25일 별세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승소 판결에도 미쓰비시가 사과와 배상을 거부하면서 김 할아버지는 평생 숙원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빈소는 울산굿모닝병원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오는 27일 발인한다.

김 할아버지는 1944년 6월 일본 나고야 미쓰비시 항공기제작소에 강제동원된 고(故) 김순례씨의 오빠로 여동생 김씨는 그해 12월 발생한 도난카이 대지진 때 무너진 건물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여동생과 함께 강제동원된 친구 고(故) 김복례씨가 해방 이후 "혼자 살아 돌아와 미안하다"며 집에 찾아온 것을 인연으로 김씨와 결혼했다.

1988년 도난카이 대지진 추모비 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나고야를 찾았다가 양심적인 일본인들과 만난 후 근로정신대 문제를 알리는 활동을 시작했다.

1999년 시작된 나고야지방재판소 소송이 길어지는 사이 아내 김씨를 먼저 보낸 김 할아버지는 이후에도 소송을 이어갔고, 2012년 국내 소송에 참여했다.

국내 소송은 재판거래 의혹이 불거진 끝에 지난해 11월 대법원으로부터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일본과 미쓰비시중공업의 사죄와 배상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관계자는 "미쓰비시 사죄와 배상을 받기 전까지는 절대 죽지 않겠다고 2주 전에도 큰 소리로 인터뷰 한 분"이라며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한편 김 할아버지의 이러한 삶을 고스란히 담은 전기가 2008년 일본 작가에 의해 출판됐고, 조만간 국내에 번역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에는 작가인 야마카와 슈헤이가 김 할아버지와 교류를 나누고 근로정신대 지원 활동에 뛰어들기까지의 과정과 근로정신대 피해자를 돕는 일본 시민단체의 활동상황이 담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