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단체 '백두수호대', 서울 광화문서 "한미워킹그룹 해체" 요구
반미단체인 ‘서울 남북정상회담 방해세력 제압 실천단 백두수호대(백두수호대)’가 25일 한미워킹그룹 해체와 대북제재 해제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미워킹그룹은 한미 당국 사이의 대북정책 공조를 위해 지난해 11월 20일 출범한 협의체다. 기자회견 내내 미국을 거칠게 비난한 백두수호대는 주한미국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에 제지당했다.

백두수호대는 25일 서울 광화문 KT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철 지난 대북제재로 남북관계를 끊임없이 방해함은 물론 한미워킹그룹을 앞세워 남북이 만들어가는 자주와 통일의 분위기를 해치고 있다”며 “한미워킹그룹을 즉각 해체하고 대북제재를 해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검은색 코트와 검은 선글라스로 복장을 통일한 백두수호대 회원들은 기자회견에서 실명을 밝히지 않고 ‘한길’ ‘감자’ 등의 가명을 썼다. 이들은 “미국의 노골적인 내정간섭, 강력하게 규탄한다” “미국은 남북관계 방해 말고 대북제재 해제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백두수호대는 한미워킹그룹이 사실상 양국 간 협의가 아니라 일방적인 내정간섭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한길’ 대원은 “(미국이) 한미워킹그룹이란 이름으로 남북 간 합의사항 이행을 방해하며 한국을 자기네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며 “남과 북이 소통으로 해결할 일을 왜 미국과 같이 발맞춰 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과 북은 남과 북의 속도로, 북한과 미국은 북한과 미국의 속도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백두수호대는 대북제재도 완전히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려’라는 가명을 쓰는 백두수호대 회원은 “수십년째 해오는 대북제재 속에서도 북한은 망하지 않고 오히려 경제가 성장했다”며 “대북제재가 미국 입장에서도 효과가 있는 방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본 ‘한라’대원은 “미국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만의 비핵화를 계속해 요구했다”면서 “평화가 아닌 불신을 조장하고 남북관계를 이간질하는 미국의 책동을 단호히 거부한다”고도 했다.

백두수호대는 지난해 11월에 결성된 반미단체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방문을 막아서는 어떤 세력도 용납할 수 없다”며 지난해 ‘서울정상회담 방해세력’ 수배 전단지를 만들어 서울 곳곳에 부착하기도 했다. 수배 전단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인지연 대한애국당 대변인, 태극기 부대 등이 수배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수배자들의 얼굴이 프린트된 종이를 세절하는 퍼포먼스도 열렸다.
반미단체 '백두수호대', 서울 광화문서 "한미워킹그룹 해체" 요구
백두수호대는 기자회견 말미에 광화문 KT 건물 옆에 있는 주한미국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하려 했지만 경찰에 가로막혔다. 이들은 “항의서한도 전하지 못하는 이것이 우리나라 주권의 현실인 것 같다”며 “분통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 단체는 “오늘이 한미워킹그룹 해산과 대북제재 전면해제 촉구하는 첫 기자회견”이라며 “앞으로도 매주 금요일마다 같은 자리에서 집회를 이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