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풀(출퇴근 승차 공유) 도입을 저지하기 위한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등 택시 노사 4단체의 ‘실력행사’가 상궤를 벗어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 소속 의원들의 지역구 사무실을 찾아가 “카풀 도입에 찬성하지 않겠다는 동의서를 내라”는 강요에 이어 점거 농성까지 벌였다. 카풀 서비스 도입을 위한 사회적 대타협 기구에 참여해 놓고서는 토론과 설득이 아닌 억지 부리기에 나선 것이다.

택시업계는 2월 임시국회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명시된 출퇴근 시간 카풀 허용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정치권을 압박하기 위한 대규모 집회도 예고했다. 카카오의 카풀 시범사업을 중단시킨 데 이어 법이 허용하고 있는 것까지 막겠다고 하고, 의원 사무실을 점거했는데도 정부·여당은 방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사회적 대타협 기구가 제대로 가동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카풀을 둘러싼 택시업계 행태는 기득권의 울타리 안에서 자기 이익을 위한 이익집단의 지대(地代)추구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공공연하고, 만연해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법이 허용한 사업까지 기득권 장벽과 ‘떼법’에 막힌 상황을 정부와 여당이 손 놓고 지켜보는 나라를 정상적인 법치(法治)국가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카풀 사례뿐만이 아니다. 조금의 기득권도 내주지 않으려고 이익집단들이 머리띠를 두르고 요란한 ‘투쟁’ 구호를 외치며 정치적 압박에 나서는 게 이 나라의 일상(日常)이 돼 버렸다. 툭하면 정부에 ‘촛불 청구서’를 들이대는 노동계뿐만 아니라 의사, 약사, 변호사 등 전문가 집단까지 ‘밥그릇 지키기 떼법 투쟁’에 가세했다. 원격의료는 20년 가까이 시범서비스만 하고 있고, ‘안전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 확대는 운만 띄워도 관련 단체들의 집중적인 포화가 쏟아진다. 우버는 좌절됐고, 콜버스(심야 버스 공유)는 반쪽짜리가 됐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임 시절 “진입장벽을 허무는 과제는 100% 기득권의 반발로 안 된다”고 넋두리한 배경이다.

기득권 진입장벽을 넘는 것은 험난한 일이다. 그러나 그 역할을 해야 하는 게 정부다. ‘떼법’에 휘둘려 정책이 좌우되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 의사결정 시스템을 무너뜨리는 반(反)헌법, 반법치의 확대재생산을 불러들일 뿐이다. “탈법을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통령의 다짐이 만만한 대기업들만을 향해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