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협력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독일과 프랑스의 우호협정에 이탈리아가 발끈하고 나섰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25일(현지시간) 발행된 이탈리아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와의 회견에서 유럽연합(EU)의 두 강대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지난 22일 독일 서부 아헨에서 체결한 우호협정에 불만을 표출했다.
"독일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佛·獨협정에 뿔난 이탈리아
EU의 '쌍두마차'인 양국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와 포퓰리즘, 국수주의 등 EU의 핵심 가치들을 위협하는 안팎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골자로 한 새 우호 협정을 반세기만에 체결한 바 있다.

이 협정은 외교·국방 정책에서 협력을 강화하고 범죄와 테러, 경제 통합,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경제 규모 면에서 EU 3위인 이탈리아 정부를 이끌고 있는 콘테 총리는 이 가운데 두 나라가 이번 협정을 통해 독일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외교정책의 우선순위로 삼기로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국익만을 추구하고 있다.

이는 이탈리아와 EU를 조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독일이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佛·獨협정에 뿔난 이탈리아
콘테 총리는 "EU는 그동안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자리가 EU 전체에 주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우리가 단지 책상에 조용히 앉아 다른 이들이 내리는 결정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하면 안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프랑스와 독일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해 친(親)유럽적인 척하지만 이번 일로 민낯을 들키고 말았다고도 꼬집었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영국 등 5개국이다.

2차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그동안 상임이사국 못지않은 국력과 국제적 영향력을 키웠지만 상임이사국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콘테 총리의 이번 발언은 작년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권이 난민정책, 재정 정책 등을 둘러싸고 EU 및 주변국과 끊임없이 반목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중도좌파 민주당이 이끌던 지난 정부에서는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을 전적으로 수용하며 인도주의의 모범국 역할을 하던 이탈리아는 정권이 바뀐 뒤 반(反)이민을 주창하는 극우정당 '동맹'의 당수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이 지중해에서 구조된 난민들의 자국 상륙을 거부하는 강경 난민정책을 밀어붙이며 프랑스, 독일 등 주변국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탈리아는 또한 국내총생산(GDP)의 130%가 넘는 막대한 국가부채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자를 GDP의 2.4%로 대폭 늘린 확장 예산안을 작년 말 EU에 제출하는 반기를 들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결국 EU의 제재 부과 압박에 밀려 작년 말 재정적자 규모를 2.04%로 하향하는 선에서 예산안을 둘러싼 EU와의 갈등을 가까스로 봉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