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과이도 동시간대 기자회견…과이도 이틀 만에 재등장
마두로 "대화 용의" 제안에 과이도 "가짜 대화…내주 시위 계속"
재임한 니콜라스 마두로(56)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셀프 임시 대통령'을 선언한 후안 과이도(35) 국회의장이 다시 충돌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과이도 의장이 거부하고 길거리 투쟁을 이어가겠다고 다짐하면서 한 나라에서 두 대통령이 상존하는 '권력 투쟁' 정국이 계속될 전망이다.

마두로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수도 카라카스에 있는 미라플로레스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베네수엘라의 국가수반 자리를 놓고 과이도 의장과 만날 준비가 돼 있다"며 대화를 촉구했다고 AFP·로이터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과이도 의장을 가리켜 '이 젊은 남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나는 오늘, 내일 그리고 항상 국가적인 대화에 전념할 것"이라면서 "내가 가야 할 곳에 갈 준비가 돼 있다.

내가 발가벗은 채로 이 젊은 남자를 만나야 한다면 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이도 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은 워싱턴(미국)이 지원한 필사적인 행위"라며 "베네수엘라를 반대하려고 실제 상황을 왜곡하고 워싱턴의 개입 모델을 강요하며 압박하는 언론 쿠데타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자국 외교관들의 철수 명령을 완전히 준수하기를 희망한다"며 "유엔안전보장이사회에서 베네수엘라 사태를 논의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23일 과이도 의장이 스스로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후 미국이 즉각 인정하자 미국과의 단교를 선언하고 72시간 내 외교관들의 철수를 요청한 바 있다.

과이도 의장은 같은 시간대에 카라카스 광장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두로 대통령의 대화 제의를 거부했다.

과이도 의장은 "그들은 억압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때 대신 가짜 대화를 제안한다"면서 "나는 세계와 이 정권에 분명히 해두고 싶다.

여기에 있는 그 누구도 가짜 대화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이도 의장은 지난 23일 대규모 반정부 시위 현장서 자신을 과도정부의 '임시 대통령'으로 선언한 지 이틀 만인 이날 대중 앞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이틀간 행방이 묘연했던 과이도 의장이 마두로 대통령의 기자회견 시간대에 맞춰 다시 등장한 것이다.

그는 만약 당국이 자신을 구금하려 하더라도 "지지자들은 굴복하지 말고 길거리로 나와 계속 투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과도정부 수립과 재선거를 관철하기 위해 다음 주에도 새로운 반정부 시위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과이도 의장은 군부를 향해 자신을 지지해달라고 거듭 촉구하는 한편 미 대사관 직원들이 베네수엘라에 계속 체류해달라고도 요청했다.

국제사회는 베네수엘라의 합법적인 국가수반 자리를 놓고 양분된 상태다.

미국과 러시아를 중심으로 세계 각국이 편을 가르는 '좌우 대립구도' 양상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좌파 진영에 속한 멕시코와 우루과이는 비교적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며 대화를 통한 해결을 권고해왔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이날 베네수엘라 정부와 야권의 동의를 전제로 중재에 나서겠다고 제안했다.

러시아도 같은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을 찾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24일 악화일로에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위기를 대화로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