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천군의원 전원 사퇴하라" (사진=연합뉴스)
해외에서 현지 가이드를 폭행하고 추태를 부린 예천군의원들과 의회가 5백만 달러, 우리 돈으로 56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면서 예천 군민들이 군의원 전원 사퇴를 촉구하는 등 민심이 들끓고 있다.

지방 구의회 의원들의 외유성 해외연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오른 상황에서 정보공개센터는 서울 지역 기초의회들의 해외연수 계획서에 대한 사전 심사제도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보공개센터가 지난해 11월 3일부터 11월 13일까지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를 거치는 유럽 해외연수를 다녀온 성북구의회 연수를 분석한 결과 '노골적인 관광성 연수'로 의심된다고 고발했다.

성북구의회 의원들이 유럽에 도착한 다음날인 11월 4일. 본래 연수 계획서에 따르면 폼페이와 나폴리 지역을 탐방하면서 "문화유산 관광자원 활용 방안"을 모색하는 날이지만 계획서에는 '관광문화 자원의 활용 방안'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11월 5일도 마찬가지다. 계획서에 따르면 이 날은 바티칸 박물관 탐방을 통해 "박물관을 활용한 지역 개발 사례 분석"을 하는 날이지만 연수 보고서를 살펴보면 바티칸 역시 일정표에만 표시 되어 있을 뿐 다른 언급은 없다.

11월 6일은 드디어 첫 공식 기관 방문 일정이 있다. 하지만 로마 시청을 방문하기로 되어 있던 이날 수해로 인해 시청 방문이 무산되고 의원들은 '선진 경찰행정 서비스 기관'을 방문해 우리 경찰행정 서비스의 문제점과 개선방법을 찾는다며 로마 경찰서를 방문해 로마 경찰서장과 면담도 진행한다.

보고서에서는 7페이지에 걸쳐 이탈리아 경찰제도와 한국의 경찰행정서비스에 대해 서술하고, 로마경찰서장과 질의응답한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 경찰제도에 대한 설명이나 한국의 경찰행정서비스에 대한 서술 모두 대학교 레포트나 백과사전, 관련 논문의 내용을 그대로 짜깁기해 가져온 것에 불과하다고 정보공개센터는 폭로했다.
표절 검사 사이트 카피킬러를 통해 살펴본 결과, 이탈리아 경찰제도에 대한 설명은 대학교 레포트를 긁어온 것이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표절 검사 사이트 카피킬러를 통해 살펴본 결과, 이탈리아 경찰제도에 대한 설명은 대학교 레포트를 긁어온 것이었다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후 피렌체 밀라노로 이어지는 일정에서도 현지 관계자와 간담회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보고서를 통해 확인하긴 어렵다.

11월 9일, 성북구의회는 드디어 이탈리아 일정을 마치고 스위스로 향한다. 계획서에서는 융프라우요흐 등반열차를 타면서, 알프스 보존과 관광열차 사례를 분석하겠다고 밝혔다. 성북구의회 임태근 의장이 두 문단 짜리 '연수단 의견'에서 스위스의 관광산업에 대해 서술한 부분은 한 인터넷언론 기사를 그대로 옮겨 쓴 것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터넷 기사를 베껴 쓴 연수단 의견
인터넷 기사를 베껴 쓴 연수단 의견
정부공개센터는 도시재생 사업과 관련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 성북구 장수마을에 대한 설명마저도 네이버캐스트에서 그대로 긁어온 내용이라면서 구 의원들이 직무를 방기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성북구의 문제에 대해서도 제대로 글을 쓰지 못하는 구의원들이, 해외의 선진 사례를 배우러 가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수를 통해 무엇을 배워올지도 명확하지 않고, 여행지에 대해 사전조사한 부족한 상황에서 영양가 있는 이야기가 나올리가 없다는 점을 꼬집고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서는 공무국외여행 삼시위원회를 제대로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6·13 지방선거에서 뽑힌 지방의원은 총 3751명이다. 광역의원(서울시·경기도 등 광역단체 의원)이 824명, 기초의원(일반 시·군·자치구 등 기초단체 의원)은 2927명이다.

이들이 다루는 예산은 막대해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17 행정자치통계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정부 예산은 총 193조1532억원이나 됐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의회 의원들의 예산 집행을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하는지 국민들이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출처: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