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화폐처럼 물가 개념으로 접근해야"
지난해 가을까지만 해도 수년째 지속된 부동산 가격 상승에 피로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작년 말부터 그런 소리가 잠잠해지더니 새해 들어선 ‘하락’을 넘어 ‘폭락’이라는 이야기도 조심스레 나온다. 2010년대 초반 부동산 침체기 때 시장에서 주류를 이루던 폭락론 또한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부동산시장 상황이 급변하자 내 집 마련을 고민하던 수요자와 추가 투자를 고민하던 이들이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안심 아닌 안심을 하고 있는 셈이다. 혼란의 부동산시장은 어떻게 판단하는 게 좋을까. 아주 단순하게 접근해보자.

경제활동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건 돈이다. 화폐경제엔 인플레이션이 존재한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화폐가치가 하락하고, 물가가 꾸준히 오르는 현상이 인플레이션이다. 통화량 증가는 왜 일어날까. 이 부분도 간단히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확정된 2019년도 정부예산안은 약 470조원으로 전년 대비 40조7000억원(9.5%)가량 늘었다. 이 말은 시중에 작년보다 40조원 이상 많은 돈을 풀겠다는 의미다. 이것으로 끝이 아닐 수 있다. 경기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거의 매년 추경 예산안을 편성한다는 뉴스를 접하게 된다. 실제로는 계획보다 더 많은 돈이 시중에 풀리는 것이다.

예산이 줄어들면 통화량도 감소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성장하는 이상 그럴 일은 없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10년 전과 현재의 복지제도만 비교해도 명확하다. 초등학교 무상급식부터 의료비 지원, 기초연금 지급, 노인연금 지급 등 정부의 재정 지출이 해마다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화폐의 양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1억원을 은행에 예치했다고 가정하자. 운이 좋아 월 2%의 복리이자를 주는 은행에 예금했다면 10년 뒤 세금을 제외하고 약 1억1870만원을 손에 쥘 수 있다. 그런데 10년 뒤의 화폐가치는 얼마나 바뀌어 있을까.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의 화폐가치 계산 프로그램을 활용했더니 2007년 당시 1억원은 2017년의 7990만원과 같은 가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상승배수 0.799배를 적용한 가격이다.

부동산 또한 화폐로 사고파는 상품이다. 부동산도 물가에 해당한다는 의미다. 매년 물가가 얼마나 상승했고, 앞으로 얼마나 상승할 것인지에 관한 얘기를 듣는데 여기 부동산도 포함되는 셈이다. 화폐가치 하락을 보전하려면 돈을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물가에 넣어둬야 한다. 물론 아무 곳에나 넣어둬선 안 된다. 물가도 때에 따라 거품이 끼는 경우가 있다. 정상적인 거래가격 또는 상승가격보다 지나치게 높은 상태에 있다가 수요 이탈로 인해 하락폭이 커지는 일도 많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가격 상승분이 반영된 물가에 돈을 넣어둬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수준일까. 부동산이 지닌 가치가 그 기준이다. 시간이 흐른 뒤 부동산의 가치가 지금보다 월등히 높아질 충분한 조건을 갖췄는지를 따져야 한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고 해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무작정 지켜본다면 화폐가치 하락을 지켜보는 것과 같다. 물론 아파트라는 상품이 모든 부동산 상품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구 변화와 시장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불황에 강한 부동산’을 찾아야 하는 건 아니다. 안정적인 수요를 기반으로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상승할 수 있는 물가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