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회사로 변신 중인 담배회사 KT&G
담배회사인 KT&G가 부동산 투자회사로 변모 중이다. 담배 판매로 벌어들인 이익을 부동산 사업에 대거 투자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KT&G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부동산 투자액은 3년 전의 두 배인 1조2000억원에 육박했다.

부동산 투자 3년 만에 두 배로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KT&G의 부동산 투자금액(개별재무제표 기준)은 1조1977억원에 달한다. 2017년 말(1조356억원)보다 15.7% 증가했다. KT&G의 부동산 투자 규모는 해마다 증가세다. 2015년의 5786억원과 비교하면 3년 만에 두 배 늘어난 셈이다.

부동산 투자회사로 변신 중인 담배회사 KT&G
부동산 투자가 늘면서 이 부문의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KT&G의 부동산 매출은 약 1620억원으로 3년 전 매출 1428억원보다 늘었다. 올해는 특히 부동산 관련 매출 목표를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인 2970억원으로 대폭 늘려 잡았다. 수원 등에서 추진하는 아파트 분양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아파트부터 호텔 복합쇼핑몰까지

부동산 투자회사로 변신 중인 담배회사 KT&G
KT&G의 부동산 투자는 지역과 사업 방식에서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초창기엔 대구 전주 안동 등 지역의 담배공장 부지들을 개발해 아파트와 오피스텔 상가 등을 지어 분양하는 데 주력했다. GS건설 SK건설 등과 협업해 이들 지역을 ‘센트럴자이’나 ‘SK-VIEW’ 등의 아파트 단지로 변모시켰다. 2013년부터는 호텔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그해 글로벌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와 위탁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코트야드메리어트서울남대문 호텔(사진)이 설립됐다. 호텔 소유권은 KT&G가 갖고 있으며, 운영은 메리어트가 맡고 있다.

스타필드와 같은 복합쇼핑몰 투자도 시작했다. 스타필드를 운영하는 신세계프라퍼티와 지난해 9월 합작법인을 설립, KT&G의 옛 수원 연초제조장 부지에 스타필드 수원점 건립을 추진 중이다. 수원 화서동에선 대규모 아파트 단지 시행 사업을 벌이고 있다. 26만8077㎡ 규모 부지에 아파트 3000가구를 건립하는 프로젝트다. 이곳에서 분양하는 푸르지오 아파트는 최근 청약을 받은 결과 1순위 최고 경쟁률이 27.75 대 1에 달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부동산 펀드에도 수백억원을 투자했다. KT&G는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제이알제5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 등을 비롯한 6개 펀드에 451억원을 투자했다. 각 펀드가 부동산 개발 사업에 투자하면 KT&G는 배당 수익을 얻는다.

매년 1조원대 이익…사업 다각화에 ‘투자’

KT&G의 부동산 투자 확대는 담배 시장의 정체와 관련이 있다. 금연 확산, 정부 규제 등은 담배 사업의 상존하는 리스크 요인이다. 인구 감소 역시 담배 사업엔 장기적인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아이코스’의 등장으로 시장이 형성된 전자담배 시장은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미국 전자담배 1위 업체인 쥴(JUUL)이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는 등 전자담배 시장의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도 이익은 안정적으로 쌓이고 있다. KT&G는 2015~2017년 해마다 1조~1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역시 1조원 안팎의 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이익이 쌓이자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부동산 투자로 눈을 돌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KT&G는 정관에 ‘담배의 제조와 판매’ 외에도 ‘부동산업, 임대업 및 주택사업’을 비롯해 ‘종합건설업’ ‘탄소배출권 관련 업무 수행 및 매매업’ ‘음식점 및 주점업’ ‘주차장 운영업’ 등을 목적 사업으로 명시해 놓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담배사업을 기반으로 한 자금 여력, 개발 가능한 보유 부지를 바탕으로 부동산 사업을 적극 육성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