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구글은 배당 제로…삼성전자, 신사업·M&A 투자 늘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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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고배당 논란
국내외 장기투자자들 "주주환원 확대보다 재투자" 주장
작년 사상 최고 실적…주주들 '특별배당'까지 기대
경영진 "반도체 슈퍼호황 끝났는데…" 고민 깊어져
헤지펀드 경영권 흔들기에 배당·자사주 매입 부담 커져
국내외 장기투자자들 "주주환원 확대보다 재투자" 주장
작년 사상 최고 실적…주주들 '특별배당'까지 기대
경영진 "반도체 슈퍼호황 끝났는데…" 고민 깊어져
헤지펀드 경영권 흔들기에 배당·자사주 매입 부담 커져
“2017년 시가 45조원 상당의 자사주 13.3% 소각을 결정할 때 회사 내부에서 ‘전례 없는 격론’이 벌어졌습니다. 올해 다시 중장기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을 논의해야 하는데, 당시보다 결정하기가 더 어려울 전망입니다.”(삼성전자 고위관계자)
지난해 창사 이후 최고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돌려줄 이익 규모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결정하기엔 안팎의 반대 목소리와 반도체 업황 침체가 만만치 않아서다. 주주들 사이에선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할 시기”(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배당 규모는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9월 주주 배당금으로 7조2138억원을 지급했다.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4분기 실적분으로 2조4000억원의 배당금을 확정하면 당초 약속한 9조6000억원의 배당금 지급이 끝난다. 주주들의 관심은 ‘특별배당’에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10월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3년(2018~2020년) 평균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의 50%를 주주들에게 환원한 뒤 잔여 재원이 있으면 추가 지급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년간 연평균 잉여현금 흐름을 40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주주들은 3년 평균 FCF의 절반인 20조원에 더해 추가로 지급하는 ‘+’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별 배당 시기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2019년 중반 무렵이면 3개년 잉여현금흐름을 추정한 뒤 연간 9조6000억원의 배당 외 추가 주주환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중반께 2021~2023년의 중장기 주주환원계획을 결정할 때 추가 주주환원도 정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주주환원 규모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변동폭을 줄인다’는 원칙과 멀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도체 업황 침체에 고민하는 경영진
삼성전자 경영진의 고민은 ‘반도체 업황이 한풀 꺾인 시점이어서 적정 배당 규모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회사 사정과 업황에 따라 각각 다른 주주환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업계 경쟁자인 애플은 지난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들인 돈이 34조원이 넘는다. 당기 순이익(54조2000억원)에서 주주환원 규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63.3%로 삼성전자(35.5%)보다 1.8배나 높다. 이에 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의 경쟁업체인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는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에 한푼도 쓰지 않는다.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성장을 위한 투자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장기 투자자도 삼성전자 경영진에 ‘성장을 위한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이채원 대표는 “최근 들어 장기투자자 사이에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보다 중장기 성장에 투자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주가 50% 이상인 주주 구성으로 인해 상당수 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도 국내 경제엔 부담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업계 최고 수준인 현 단계의 주주환원 수준을 추가로 높일 필요가 없다는 게 주요 주주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기업 “경영권 흔들리니 배당 늘려”
재계에선 국내 대기업들이 경영권 위협 때문에 배당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 배당 대신 투자를 선호한 삼성전자는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은 전후로 주주환원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지난 24일 “2018년 기말 배당금을 작년과 같이 주당 3000원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7%나 줄어드는 등 어닝 쇼크를 기록했는데, 배당 규모가 같다는 게 합리적이냐”며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의 압박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도 24일 2018년 결산배당을 1조260억원으로 2017년보다 50%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를 내세워 배당을 높이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지난 1월 확정한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에서 중점 관리기업을 선정하는 주요 원칙 중 하나가 ‘합리적인 배당정책의 수립’ 여부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지난해 창사 이후 최고 실적을 거둔 삼성전자 경영진이 주주들에게 돌려줄 이익 규모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사상 최대 실적에 걸맞은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 규모를 결정하기엔 안팎의 반대 목소리와 반도체 업황 침체가 만만치 않아서다. 주주들 사이에선 “배당을 늘리기보다는 성장을 위한 투자에 집중할 시기”(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대표)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 배당 규모는
2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1~9월 주주 배당금으로 7조2138억원을 지급했다. 다음달 주주총회에서 지난해 4분기 실적분으로 2조4000억원의 배당금을 확정하면 당초 약속한 9조6000억원의 배당금 지급이 끝난다. 주주들의 관심은 ‘특별배당’에 있다. 삼성전자는 2017년 10월 주주환원 가이드라인을 내놓으면서 “3년(2018~2020년) 평균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FCF)의 50%를 주주들에게 환원한 뒤 잔여 재원이 있으면 추가 지급을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3년간 연평균 잉여현금 흐름을 40조원 안팎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의 한 펀드매니저는 “주주들은 3년 평균 FCF의 절반인 20조원에 더해 추가로 지급하는 ‘+’까지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별 배당 시기는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기업설명회(IR)에서 “2019년 중반 무렵이면 3개년 잉여현금흐름을 추정한 뒤 연간 9조6000억원의 배당 외 추가 주주환원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중반께 2021~2023년의 중장기 주주환원계획을 결정할 때 추가 주주환원도 정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주주환원 규모의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변동폭을 줄인다’는 원칙과 멀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도체 업황 침체에 고민하는 경영진
삼성전자 경영진의 고민은 ‘반도체 업황이 한풀 꺾인 시점이어서 적정 배당 규모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세계 무대에서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회사 사정과 업황에 따라 각각 다른 주주환원 방안을 내놓고 있다. 스마트폰업계 경쟁자인 애플은 지난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들인 돈이 34조원이 넘는다. 당기 순이익(54조2000억원)에서 주주환원 규모가 차지하는 비율은 63.3%로 삼성전자(35.5%)보다 1.8배나 높다. 이에 비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야의 경쟁업체인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는 배당 및 자사주 매입·소각에 한푼도 쓰지 않는다. 벌어들인 이익 대부분을 성장을 위한 투자에 활용하기 때문이다.
국내외 장기 투자자도 삼성전자 경영진에 ‘성장을 위한 투자’를 주문하고 있다. 이채원 대표는 “최근 들어 장기투자자 사이에 배당을 많이 하는 회사보다 중장기 성장에 투자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 주주가 50% 이상인 주주 구성으로 인해 상당수 배당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것도 국내 경제엔 부담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가 글로벌 업계 최고 수준인 현 단계의 주주환원 수준을 추가로 높일 필요가 없다는 게 주요 주주의 분위기”라고 전했다.
국내기업 “경영권 흔들리니 배당 늘려”
재계에선 국내 대기업들이 경영권 위협 때문에 배당을 늘리기 시작했다고 주장한다. 전통적으로 배당 대신 투자를 선호한 삼성전자는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공격을 받은 전후로 주주환원 규모를 크게 확대했다.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해 엘리엇의 공격을 받고 있는 현대자동차도 지난 24일 “2018년 기말 배당금을 작년과 같이 주당 3000원으로 정했다”고 발표했다. 증권가 관계자는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47%나 줄어드는 등 어닝 쇼크를 기록했는데, 배당 규모가 같다는 게 합리적이냐”며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의 압박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 비중이 높은 SK하이닉스도 24일 2018년 결산배당을 1조260억원으로 2017년보다 50%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국민연금 등 국내 연기금도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를 내세워 배당을 높이라는 압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이 지난 1월 확정한 ‘스튜어드십코드 가이드라인’에서 중점 관리기업을 선정하는 주요 원칙 중 하나가 ‘합리적인 배당정책의 수립’ 여부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