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국 관련 소비주에 ‘훈풍’이 불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올해 600만 명대를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에 화장품, 면세점, 카지노 등 관련주들이 상승세다. 당장 춘제(春節·설) 연휴(2월 4~10일) 기간 작년보다 많은 관광객이 올 것이란 기대가 한몫하고 있다. 게임주도 중국 정부가 지난해 3월 중단했던 판호(게임 출시 허가) 발급을 재개하면서 강세다. 중국 관련주들이 반도체주 중심의 ‘1월 랠리’ 이후 저평가된 업종과 테마가 돌아가면서 주목받는 ‘순환매 장세’의 다음 타자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대륙發 훈풍…中소비·게임주 고개 든다
저평가·실적 개선 겸비한 중국 소비주

지난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호텔신라는 3200원(4.11%) 오른 8만1100원에 마감했다. 지난 한 주간 상승률은 10.79%다. 이 기간 기관투자가들은 829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호텔신라는 지난주 기관들이 삼성전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담은 종목이다. 호텔신라 외에도 신세계(9.18%)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8.63%) LG생활건강(5.53%) 신세계인터내셔널(19.77%) 한국화장품(17.29%) 등 중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큰 화장품과 백화점, 면세점 관련주들이 폭넓게 상승했다.

중국 관련 소비주 상승세는 저평가된 주가와 중국 관광객 증가에 따른 실적 개선 전망, 춘제 등의 호재가 겹친 결과라는 분석이다. 호텔신라는 지난 2주 동안 주가가 15.20% 상승했지만 작년 6월 고점(13만2000원)과 비교하면 약 63% 떨어졌다. 실적 감소폭보다 주가 하락폭이 가팔라 호텔신라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주당순이익)은 1년 새 37.43배에서 16.89배까지 낮아졌다. 중국 관광객 감소로 어려움을 겪은 다른 중국 관련 소비주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관광 목적으로 한국을 방문한 중국인은 34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했다. 올해 연간으론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처음 60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면세점이나 화장품주는 중국 전자상거래법 시행에 따른 보따리상(따이궁) 매출 급감이 우려됐지만 영향이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달 1일 법 시행 후 면세점 매출은 오히려 소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호텔신라와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21.8%, 15.1% 증가할 전망이다.

중국 관련주가 ‘순환매 장세’의 다음 타자가 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연우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당분간은 실적 개선이 기대되는 업종과 낙폭이 과다했던 업종이 돌아가면서 주목받을 것”이라며 “건설과 유통, 철강 등이 후보군”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중국 소비주들이 포함된 유가증권시장 유통, 화학업종 지수는 올 들어 4.28%, 3.72%씩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6.71% 상승한 점을 고려하면 반등 여력이 남아있다는 평가다.

판호 재발급 전망에 게임주 주목

중국 정부가 게임산업 규제의 빗장을 열자 게임주들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25일 코스닥시장에서 위메이드, 웹젠, 펄어비스 등 게임주는 4~5%씩 상승했다. 중국 정부가 전날 텐센트와 넷이즈 등 대형 게임사에 판호 발급을 승인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한국 게임의 중국 내 출시가 이들 대형 게임회사를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이번 발표가 투자자들의 기대를 한층 높였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판호 심사는 해외 게임사가 직접 심사를 신청하는 외자판호와 텐센트 등 중국 게임사와 합작 혹은 수정을 거쳐 신청한 내자판호로 나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자판호 규제는 2분기 중 풀릴 것”이라며 “한국 게임의 포함 여부는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국 게임 가운데서도 내자판호로 심사를 신청한 게임들이 먼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내자판호로 심사를 신청한 국내 게임사는 웹젠, 위메이드, 펄어비스 등이다.

전범진/오형주 기자 forwar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