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투톱' V자 반등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외국인 투자자의 매수세에 힘입어 ‘V자’ 반등을 보이고 있다. 올해 이익이 작년보다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남아 있긴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갈등 완화와 달러 약세 등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바닥’을 확인한 외국인들이 반도체주를 사모으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투톱' V자 반등
삼성전자는 지난 2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700원(3.95%) 오른 4만4750원에 마감했다. 연초 이후 15.6% 상승했다. SK하이닉스도 이날 5.82% 올랐고, 올해 상승률은 23.3%에 달한다.

반도체주의 강한 반등은 외국인 덕분이다. 외국인은 올 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1조3439억원, 7185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지난해 7~12월에는 두 종목을 각각 1조원 넘게 팔아치웠다. 한 달 전만 해도 실적 부진 우려로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크게 악화됐던 점을 고려하면 ‘상전벽해’라는 얘기가 증권업계에서 나온다. 전경대 맥쿼리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작년 말 국내 증권사들이 줄줄이 실적 전망치를 내릴 때 외국인들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왜 이렇게 싸졌느냐’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중 가장 저평가된 한국 증시에서도 평가 절하가 심한 반도체주를 집중적으로 사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어닝쇼크’ 수준의 작년 4분기 실적을 내놓은 뒤 외국인 매수세가 가팔라졌다는 점에 주목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창원 노무라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업황 악화에 따른 설비 투자 조정이 빠르게 이뤄지면서 ‘바닥’도 예상보다 일찍 왔다”며 “외국인은 반도체 업황이 곧 나아질 것이란 기대를 갖고 최악의 상황에서 주식을 사모으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순학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둔화와 반도체 가격 하락 영향으로 수요 공백이 나타나고 있지만 재고가 소진되는 2분기 중반부터는 데이터센터 투자에 따른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 본부장은 “실적보다는 달러화 가치의 높낮이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입 여부가 반도체주 주가 향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달러가 실제 약세로 가면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