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좋은 법제처에 자리 났다"…사무관들 대거 몰려
법제처가 연차가 낮은 사무관들을 대상으로 전입 희망자를 모집하자 지원자가 줄을 섰다. 업무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부처 사무관들 사이에서는 “법제처로 이동할 공무원 3명을 뽑는 데 400명이 몰렸다” “지원자가 몰려 접수를 일찍 마감한다더라” 등의 ‘괴소문’이 돌 정도다.

27일 관가에 따르면 법제처가 지난 16일부터 25일까지 ‘일반직공무원 행정 5급 사무관 전입희망자 공개모집’을 한 결과 20여 명이 지원했다. 2012년 1월 1일 이후 임용된 저연차 사무관이 모집 대상이었다. 법제처는 서류전형 및 면접시험을 거쳐 1~2명을 최종 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와 ‘시험 준비’를 병행해야 하는 부담에도 법제처로 옮기겠다고 손을 든 사무관이 20명이나 되는 것은 이례적이다. 3년 전 법제처로 이동할 공무원을 선발할 때는 전입 희망 신청자가 7~8명 수준에 그쳤다. 이번에는 기획재정부 등 업무 강도가 높은 부처에서도 지원 열기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한 공무원은 “이번 모집은 ‘트레이드’가 아닌 ‘이적’이라 상대적으로 이동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같은 인기는 상대적으로 업무 스트레스가 덜한 법제처 특성이 크게 반영된 것이라는 게 관가 반응이다. 신재민 전 기재부 사무관의 폭로에 대한 정부 대응을 본 사무관들 사이에서 “열심히 일해봐야 소용없다”는 회의감이 확산됐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이번 법제처 인사이동 모집에 지원했다는 한 사무관은 “신 전 사무관은 재직 당시 기재부에서 평판이 좋았는데도 사건이 터지자 ‘어린 사무관의 치기 어린 행동’이라며 버림받았다”며 “핵심 부처에서 남들보다 더 고생해도 월급은 똑같은 데다 언제든 버림받을 수 있다면 고생해서 뭐하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