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쉬운 해고·쉬운 채용'이 혁신성장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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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안정 내세워 변화 막지 말고
일터·직종 전환 수월하게 만들어
지식·경험 이종교배 활성화해야"
신민영 < LG경제연구원·경제연구부문장 >
일터·직종 전환 수월하게 만들어
지식·경험 이종교배 활성화해야"
신민영 < LG경제연구원·경제연구부문장 >
연초부터 미국 테크산업으로부터 들리는 경고음이 심상치 않다. 미래 수익에 대한 기대를 반영하는 주가 흐름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부터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테슬라가 정규직 7%를 감원한다고 하니 사람과 돈이 몰리며 섰던 큰 장에 어느덧 깊은 조정이 다가왔음을 느낀다.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때도 그랬듯이,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의 출현 초기 열광적인 붐과 가파른 추락이 교차하는 광경은 낯설지 않다.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보더라도 비즈니스로서 시기상조다 싶은 모습이 도처에 있다. 구글, 아마존 같은 대표적 혁신기업조차 아직은 기존 사업 영역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으로 신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투자하는 상태다.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없이 장밋빛 기대만으로 일을 벌여 놓은 기업들에 엄습한 겨울은 더욱 혹독할 전망이다.
닷컴 버블 형성과 붕괴 시기 미국의 고용과 생산성에 관한 데이터들은 투자가 거덜나고 일자리가 사라지던 이면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프라사나 탬베 와튼스쿨 교수가 2011년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에 제출한 논문에 따르면 2001년 닷컴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직장을 잃은 정보기술(IT) 인력은 이전과 비슷한 분야에 숙련 인력으로 재취업하거나 아예 다른 여러 업종으로 흩어져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면서 해당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생산성 향상은 특히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당시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 IT가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타 부문에 재취업한 IT 인력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효과적인 전파자였으며 테크산업 특유의 자유로우며 실용적인 수평적 관계 지향의 일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도 촉매 역할을 했다. 보다 긴 기간으로 보면 기업과 산업 차원에서의 유연한 자원 재배분 성과는 거시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일이 펼쳐질 수 있지 않을까. 2000년대 초 인터넷 사용이나 전자상거래 등에서 일한 이들이 기술 확산과 전파의 주역이었다면 앞으로는 뉴미디어나 데이터사이언스, 인공지능 같은 분야가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만, 눈을 안으로 돌리면 새해 경제정책에서 강조되는 혁신성장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 확보가 선결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혁신성장 정책을 계기 삼아 산업구조 전환 정도의 큰 변화까지 염두에 둔다면 인력 및 자본의 재배치 또한 그에 걸맞도록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터와 직종의 전환이 좀 더 수월하게 이뤄지는 토양 위에서 각자에게 축적된 지식과 경험 간 이종교배와 확산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쉬운 해고’로 인한 고용 불안 우려도 있겠지만 실업 상태의 장기화 및 구직 포기 상황의 극복 또한 유연한 노동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쉬운 취업’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구조 전환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의 습득과 숙련, 보다 자유롭고 수평적 관계 지향의 일하는 문화 확산은 상당 부분 젊은 세대의 몫이다. 공장제 제조업 전성기에 형성된 표준화·조직화에 익숙한 기성세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고 꽃피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튜브 같은 새로운 채널을 통한 학습과 오락, 소통이 일상화된 세대가 지닌 감성, 발랄함, 끼 또한 유연한 고용환경에 훨씬 잘 부합한다. 과거 고용 안정성을 높이려던 기성세대 노력이 행여 새로운 변화를 지연시키고, 특히 현재와 미래 청년층의 기회를 가로막는 측면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2001년 ‘닷컴 버블’ 붕괴 때도 그랬듯이, 새로운 기술이나 산업의 출현 초기 열광적인 붐과 가파른 추락이 교차하는 광경은 낯설지 않다. 지금의 실리콘밸리를 보더라도 비즈니스로서 시기상조다 싶은 모습이 도처에 있다. 구글, 아마존 같은 대표적 혁신기업조차 아직은 기존 사업 영역에서 나오는 안정적인 매출과 이익으로 신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에 투자하는 상태다. 캐시카우(수익 창출원) 없이 장밋빛 기대만으로 일을 벌여 놓은 기업들에 엄습한 겨울은 더욱 혹독할 전망이다.
닷컴 버블 형성과 붕괴 시기 미국의 고용과 생산성에 관한 데이터들은 투자가 거덜나고 일자리가 사라지던 이면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한다. 프라사나 탬베 와튼스쿨 교수가 2011년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에 제출한 논문에 따르면 2001년 닷컴 버블이 붕괴되는 과정에서 대규모로 직장을 잃은 정보기술(IT) 인력은 이전과 비슷한 분야에 숙련 인력으로 재취업하거나 아예 다른 여러 업종으로 흩어져 새로운 직업에 종사하면서 해당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생산성 향상은 특히 실리콘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주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당시는 네트워크 인프라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산업 분야에 IT가 본격적으로 접목되기 시작하던 시기였다. 타 부문에 재취업한 IT 인력은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효과적인 전파자였으며 테크산업 특유의 자유로우며 실용적인 수평적 관계 지향의 일하는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도 촉매 역할을 했다. 보다 긴 기간으로 보면 기업과 산업 차원에서의 유연한 자원 재배분 성과는 거시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에도 크게 기여한 것으로 판단된다.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일이 펼쳐질 수 있지 않을까. 2000년대 초 인터넷 사용이나 전자상거래 등에서 일한 이들이 기술 확산과 전파의 주역이었다면 앞으로는 뉴미디어나 데이터사이언스, 인공지능 같은 분야가 그 자리를 대신하겠지만, 눈을 안으로 돌리면 새해 경제정책에서 강조되는 혁신성장에도 비슷한 논리를 적용할 수 있을 듯하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기업들의 기술력 확보가 선결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혁신성장 정책을 계기 삼아 산업구조 전환 정도의 큰 변화까지 염두에 둔다면 인력 및 자본의 재배치 또한 그에 걸맞도록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일터와 직종의 전환이 좀 더 수월하게 이뤄지는 토양 위에서 각자에게 축적된 지식과 경험 간 이종교배와 확산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음은 자명한 일이다. ‘쉬운 해고’로 인한 고용 불안 우려도 있겠지만 실업 상태의 장기화 및 구직 포기 상황의 극복 또한 유연한 노동시장을 기반으로 하는 ‘쉬운 취업’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구조 전환에 필요한 새로운 지식의 습득과 숙련, 보다 자유롭고 수평적 관계 지향의 일하는 문화 확산은 상당 부분 젊은 세대의 몫이다. 공장제 제조업 전성기에 형성된 표준화·조직화에 익숙한 기성세대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열고 꽃피우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유튜브 같은 새로운 채널을 통한 학습과 오락, 소통이 일상화된 세대가 지닌 감성, 발랄함, 끼 또한 유연한 고용환경에 훨씬 잘 부합한다. 과거 고용 안정성을 높이려던 기성세대 노력이 행여 새로운 변화를 지연시키고, 특히 현재와 미래 청년층의 기회를 가로막는 측면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