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통해 주주에게 돌려줄 금액이 2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반도체 ‘슈퍼 호황’ 덕분에 역대 최고 실적을 거두면서 보유 현금이 빠르게 불어난 데다, 국민연금과 헤지펀드 등의 배당 확대 압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서는 매년 주주환원에 수십조원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와 인수합병(M&A)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삼성전자와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년간(2019~2021년) 주주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에 들일 자금 규모 등 중장기 주주환원 방안을 검토한 뒤 연내 발표할 예정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지급할 주주환원 규모가 20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17년(15조원)보다 33% 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주주환원 규모가 늘어나는 것은 실적 호전으로 내부 현금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현금, 단기금융상품, 정기예금 등)은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어섰다.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 원칙)를 앞세운 국민연금과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의 배당 확대 요구도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 방안에 대해 회사 임직원은 물론 일부 장기 투자 성향 주주들까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이들은 “장기 성장을 위한 투자와 M&A에 보유 현금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삼성전자는 오는 31일 이사회를 열어 2018년 결산배당 규모 및 실적을 확정해 발표할 계획이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