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자국 신용평가 시장 진출을 허가했다. 중국 정부가 이달 말 예정된 미국과의 고위급 무역협상에 앞서 대외 개방 확대 의지를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중국 관영 신화망은 28일 인민은행이 S&P의 중국 자회사인 S&P차이나 등록 인가를 마쳤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S&P차이나는 은행 간 채권시장에서 신용등급 평가 업무를 할 수 있게 됐다. 인민은행은 “앞으로도 일정한 자격을 충족한 외국 신평사의 중국 진출을 허용해 신용평가 시장의 대외 개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은 그동안 국제 신평사가 중국에서 독자적인 신용평가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다. 국제 신평사들이 중국 신용평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중국 기업과 공동 출자한 합작법인을 통해야만 했다. 2017년 4월 미·중 정상회담 당시 국제 신평사 중국 법인의 단독 영업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실제로 허가를 내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P는 지난해 5월 중국 금융당국에 중국 내 독자 사업 허가를 신청했다.

중국은 이 같은 조치를 통해 30~31일 열리는 미·중 장관급 무역협상을 앞두고 금융시장 개방 의지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그동안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중국 금융시장에 불만을 표시해왔다. 중국은 2016년 신용카드 결제 시장을 외국 업체에 개방한다고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비자카드와 마스터카드의 중국 진출을 금지하고 있다.

중국에서 외국 기업이 독자적으로 경영하는 영역도 확대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5일 영국 통신회사인 브리티시텔레콤(BT)에 대해 외국 통신회사로서는 최초로 중국 통신 시장 진출을 허용했다. 중국 당국이 지난해 전기차 공장에 대한 외자 지분한도를 없애면서 미국 전기차 기업인 테슬라가 중국에 공장을 짓고 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