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셔츠 입은 우즈, 최종 라운드에서는 '건재' 과시
타이거 우즈(미국)의 새해 첫 대회는 우승자와 9타차 공동20위로 끝났다.

나흘 동안 우즈는 한 번도 우승 경쟁은커녕 상위권을 위협해보지도 못했다.

티샷은 러프를 전전했고 아이언샷은 기대만큼 핀에 딱 붙지 않았다.

결정적인 퍼트가 빗나가기 일쑤였다.

무려 8차례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텃밭'이라 불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 골프클럽에서 치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성적이라 더 초라해 보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우즈의 최종 라운드 성적에 더 주목했다.

우즈는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이날 우즈보다 더 나은 스코어를 작성한 선수는 7언더파를 친 캐머런 스미스(호주)과 6언더파를 적어낸 게리 우들랜드(미국) 뿐이다.

이날 우즈는 83.33%라는 놀라운 그린 적중률을 보였다.

딱 세 번만 그린을 놓쳤을 뿐이다.

아이언샷의 핀 근접도 역시 한결 높아졌다.

무엇보다 앞선 3라운드 동안 속을 썩였던 퍼트가 최종 라운드 때는 쏙쏙 빨려 들어갔다.

3라운드까지 스코어를 까먹는 주범이던 퍼트가 이날은 점수를 줄인 주 무기로 변신했다.

8번홀(파3·177야드)에서 그는 티샷으로 홀 3m 거리에 안착시킨 뒤 버디 퍼트를 수월하게 집어넣은 게 대표적 사례다.

6번홀(파5·572야드), 9번홀(파5·599야드)에서 어렵지 않게 두번 만에 그린에 볼을 올렸다.

6번홀에서는 271야드를 남기고 투온에 성공했고 9번홀에서는 티샷을 327야드를 날렸다.

43세의 나이에도 최정상급 파워샷을 구사했다.

겨울 동안 내내 체육관에서 땀을 흘렸다는 그의 설명이 믿어지는 장면이었다.

눈부신 스퍼트로 하루 만에 순위를 29계단이나 끌어올린 우즈는 한마디로 올해 '부활의 완성'을 향해 순조롭게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즈의 부활은 멈춰버린 메이저대회 우승 시계의 초침을 다시 돌려야 완성된다.

우즈의 시선은 4월 마스터스에 맞춰져 있는 이유다.

그의 마스터플랜은 경기력과 컨디션을 마스터스 전에 최고로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번 대회에서 보인 우즈의 경기력이 갈수록 진화할 것이라는 예상은 그래서 자연스럽다.

USA투데이는 "우승 경쟁에 합류하지는 못했지만 걱정할 일은 없다"고 우즈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고 골프다이제스트는 "긍정적"이라는 우즈의 말을 제목으로 뽑았다.

최종 라운드에서는 경기력 못지않게 우즈의 티셔츠도 주목을 받았다.

늘 입던 붉은색 셔츠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우즈가 최종일에 늘 입는 셔츠는 약간 어두운 검붉은 색이었지만 이날 걸친 셔츠는 줄무늬가 또렷한 분홍색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나이키는 "타이거 우즈는 여전히 붉은색 셔츠를 입었다.

오늘 입은 셔츠색은 '체육관 붉은색'(Gym Red)라는 붉은색의 일종"이라고 설명했지만, 대다수 팬은 '웬 분홍색 셔츠?"라는 반응을 내놨다.
'분홍색'셔츠 입은 우즈, 최종 라운드에서는 '건재' 과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