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시정연설서 한국 의도적 '외면'…中·北엔 '러브콜'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작년 '한국, 가장 중요한 이웃' 표현 삭제, 올해는 아예 언급 안 해
"중일관계 새로운 단계로 올리겠다"…"北 김정은과 직접 마주보겠다"
일본 의지 불구 北, 북미대화에 집중…북일 관계 진전 전망 불투명
시정연설 1만2천800자로 아베 집권 후 최장…헤이세이 출범후 3번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국회에서 실시한 시정연설에서는 한국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중국·북한과는 거리를 좁히려는 태도가 선명하게 두드러졌다.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 '위협비행과 레이더' 갈등 등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내정과 외교에 대한 기본 방침을 설명하면서 한국을 사실상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아베 총리의 이날 연설에서 한국은 대북한 정책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만 잠깐 등장한다.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연대한다"는 부분이다.
중동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외교,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원조까지 언급하면서도 정작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사실상 입을 다문 것이다.
이번 시정연설은 모두 1만2천800자나 됐다.
2007년 제1차 아베 정권을 포함해 아베 총리의 시정연설 중 가장 길었으며 1989년 지금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 출범 이후 3번째로 길었다. 아베 총리는 2017년까지는 매년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말했다가 작년 처음 이 표현을 삭제했다.
작년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런 표현을 빼면서도 "지금까지의 양국 간의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 언급했지만, 올해는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과거사와 국방 분야에서 양국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한국에 대해 강경한 대응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표현과 비판적인 언급을 모두 하지 않으면서 국내 여론과 갈등 확산을 함께 피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과의 우호를 강조했다가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의 인기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동시에 미국이 한일 갈등의 확산을 바라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아예 한국에 대한 언급을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베 총리는 중국,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국가별 외교 정책에 관해 설명할 때 중국을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작년 방중으로 중일 관계가 완전히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며 "앞으로 정상 간 왕래를 반복해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청소년교류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 국민 레벨에서의 교류를 심화하면서 중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작년 "대국적인 관점"이라는 표현을 쓰며 조심스럽게 "안정적인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한 것에서 한층 더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 의욕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연설을 아직 못 봤다면서도 "작년 한해 중일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이 두 나라 지도자들의 공감대를 잘 실현해 중일 관계를 새로운 시기에 새롭게 발전시켜, 두 나라 인민을 이롭게 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 번영을 이루는 데 공헌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는 작년에는 "핵과 미사일 도발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올해는 '국교 정상화'를 언급할 정도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작년 초 '압박'만을 강조하다가 국제사회의 대북 화해 분위기에서 일본만 동떨어졌다는 '재팬 패싱(일본 배제)' 비판을 받은 뒤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작년 연설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정책을 바꾸기 위해 어떤 도발 행동에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내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특히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지향하겠다"고 말해 북한과의 대화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북한이 북미 간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양국 관계가 일본의 뜻대로 획기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베 총리는 작년 하반기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했지만, 북일 간 대화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일관계 새로운 단계로 올리겠다"…"北 김정은과 직접 마주보겠다"
일본 의지 불구 北, 북미대화에 집중…북일 관계 진전 전망 불투명
시정연설 1만2천800자로 아베 집권 후 최장…헤이세이 출범후 3번째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8일 국회에서 실시한 시정연설에서는 한국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중국·북한과는 거리를 좁히려는 태도가 선명하게 두드러졌다.
한국 법원의 강제동원 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 '위협비행과 레이더' 갈등 등으로 양국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내정과 외교에 대한 기본 방침을 설명하면서 한국을 사실상 언급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아베 총리의 이날 연설에서 한국은 대북한 정책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만 잠깐 등장한다.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목표로 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도 긴밀히 연대한다"는 부분이다.
중동 국가들과의 적극적인 외교,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원조까지 언급하면서도 정작 지리적으로 가장 가까운 이웃나라인 한국에 대해서는 사실상 입을 다문 것이다.
이번 시정연설은 모두 1만2천800자나 됐다.
2007년 제1차 아베 정권을 포함해 아베 총리의 시정연설 중 가장 길었으며 1989년 지금의 연호인 헤이세이(平成) 출범 이후 3번째로 길었다. 아베 총리는 2017년까지는 매년 시정연설에서 한국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가장 중요한 이웃'이라고 말했다가 작년 처음 이 표현을 삭제했다.
작년 양국 정부 간 위안부 합의에 대해 한국 내에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이런 표현을 빼면서도 "지금까지의 양국 간의 국제 약속, 상호 신뢰의 축적 위에 미래지향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협력 관계를 심화시키겠다"고 언급했지만, 올해는 아예 언급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이는 과거사와 국방 분야에서 양국 간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한국에 대해 강경한 대응 자세를 견지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이와 함께 한국에 대해 우호적인 표현과 비판적인 언급을 모두 하지 않으면서 국내 여론과 갈등 확산을 함께 피하려 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과의 우호를 강조했다가 일본 내 한국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정권의 인기에 해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동시에 미국이 한일 갈등의 확산을 바라지 않은 상황을 감안해 아예 한국에 대한 언급을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아베 총리는 중국, 북한과의 관계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국가별 외교 정책에 관해 설명할 때 중국을 가장 먼저 언급하면서 "작년 방중으로 중일 관계가 완전히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며 "앞으로 정상 간 왕래를 반복해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청소년교류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 국민 레벨에서의 교류를 심화하면서 중일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작년 "대국적인 관점"이라는 표현을 쓰며 조심스럽게 "안정적인 우호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말한 것에서 한층 더 적극적으로 관계 개선 의욕을 보인 것이다.
이에 대해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아베 총리의 연설을 아직 못 봤다면서도 "작년 한해 중일 관계가 정상 궤도로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양국이 두 나라 지도자들의 공감대를 잘 실현해 중일 관계를 새로운 시기에 새롭게 발전시켜, 두 나라 인민을 이롭게 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 번영을 이루는 데 공헌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해서는 작년에는 "핵과 미사일 도발에 굴복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올해는 '국교 정상화'를 언급할 정도로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작년 초 '압박'만을 강조하다가 국제사회의 대북 화해 분위기에서 일본만 동떨어졌다는 '재팬 패싱(일본 배제)' 비판을 받은 뒤 북한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선회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작년 연설에서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은 그 어느 때보다 중대하고 임박한 위협"이라며 "북한의 정책을 바꾸기 위해 어떤 도발 행동에도 굴복하지 않는다"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올해는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내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며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과단성 있게 행동하겠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특히 "북한과의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는 것을 지향하겠다"고 말해 북한과의 대화에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하지만, 북한이 북미 간 대화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양국 관계가 일본의 뜻대로 획기적 진전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베 총리는 작년 하반기 이후 '김정은 위원장과 직접 마주 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했지만, 북일 간 대화는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