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봐주기' 처음 걸린 리하오퉁…2벌타에 상금 10만달러 날려
중국의 골프 유망주 리하오퉁(24·사진)이 올해 골프룰이 대대적으로 바뀐 이후 ‘캐디의 뒤봐주기’ 규정을 어긴 첫 사례로 적발됐다. 27일(현지시간) 끝난 유럽프로골프(EPGA)투어 오메가두바이데저트클래식(총상금 325만달러)에서다.

이 대회 디펜딩 챔피언인 리하오퉁은 이날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에미리츠 골프클럽(파72·7301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일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1m짜리 버디 퍼트에 성공했다. 최종합계 16언더파로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이언 폴터(잉글랜드) 등과 함께 공동 3위로 대회를 마칠 수 있었다. 우승은 역대 최저타(24언더파)를 기록한 ‘필드의 과학자’ 브라이슨 디섐보(미국).

리하오퉁은 디섐보와 대회 내내 우승 경쟁을 펼쳤지만 타수 차가 8타까지 벌어지는 바람에 완벽한 패배를 인정해야 했다. 하지만 더 씁쓸한 일이 기다릴 줄은 까맣게 몰랐다. 모자를 벗자마자 경기위원회로부터 18번홀 퍼트 때 캐디가 리하오퉁 뒤에 서 있었다는 이유로 2벌타를 받은 것이다. 캐디가 선수 뒤에서 티샷 방향을 잡아주거나, 그린 위에서 퍼팅 방향을 봐주는 행위는 지난해까지 흔한 풍경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규정 위반이다. 선수가 스탠스(공에 두 발로 다가서는 동작)를 잡기 전까진 괜찮지만 잡은 후에도 계속 뒤에 서 있으면 안 된다.

리하오퉁의 캐디도 이를 모르지는 않았다. 리하오퉁이 연습 퍼팅 스탠스를 잡기 위해 걸어들어가 퍼터 헤드를 땅에 대는 순간과 거의 동시에 문제 상황임을 의식한 듯 허겁지겁 물러섰다. 하지만 이 시점이 결국 ‘뒤늦은 것’으로 해석됐다. ‘스탠스를 잡기 전, 고의적으로’라는 기준을 무엇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논란을 빚을 수도 있는 대목이다.

리하오퉁의 최종 성적은 14언더파가 됐고, 순위도 9계단 낮은 12위로 밀렸다. 상금 차이가 9만8000달러(약 1억1000만원)다. 부지불식간에 저지른 규정 위반으로 ‘톱10’ 기록과 1억원이 넘는 상금 차액을 한꺼번에 날린 것이다. 막판에 기분을 망친 리하오퉁은 기자들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대회장을 빠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