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호재 만발…'꽃길' 걷는 현대重지주
현대중공업지주가 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 일부 지분을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아람코에 매각하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본지 1월28일자 A1, 5면 참조

아람코가 지분 인수를 결정하면서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한 데다, 올해 주력 계열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건설기계의 매출 확대도 기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선주가 선전하며 작년 이후 주요 그룹사 중 시가총액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계열사 호재 만발…'꽃길' 걷는 현대重지주
계열사 호재 만발…'꽃길' 걷는 현대重지주
아람코, 오일뱅크 시장가치 높여

2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중공업지주는 1만4000원(3.83%) 오른 37만9500원에 마감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장중엔 38만9500원(6.57%)까지 상승했다. 현대중공업지주가 보유 중인 현대오일뱅크 지분 19.9%를 아람코에 매각한다고 이날 공시하면서 투자자들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이번 지분 매각으로 최대 1조8000억원을 확보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석유화학, 유전개발 등 다양한 신사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기대도 커졌다. 현재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산업발전 계획인 ‘비전 2030’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사우디 최대 조선소 건립도 아람코와 함께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향후 중동에서 발주되는 선박과 해양플랜트 공사 수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아람코가 현대오일뱅크의 가치를 시장 예상보다 높게 평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아람코는 이번 지분 인수에서 현대오일뱅크의 가치를 9조1000억원 정도로 추산했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존 현대오일뱅크 추산 가치(7조5000억원)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이라며 “기업공개(IPO) 없이도 시장에서 재평가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에 따라 현대오일뱅크 상장이 연기되면서 현대중공업지주의 수급에 대한 우려도 덜었다는 평가다.

조선주 상승에 그룹 시총 늘어

지난해부터 그룹 주력 계열사가 속한 조선업종이 회복세를 보이는 점도 지주사에 호재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그룹 상장사 5곳(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현대중공업지주·현대미포조선)의 시가총액은 작년 초에 비해 13.79%(25일 기준) 증가했다. 주요 10대 그룹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그룹주 시총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이후 조선주인 현대중공업(48.52% 증가)과 현대미포조선(65.26%) 주가가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이 7년 만에 세계 선박 수주 1위국 지위를 탈환하면서 조선업계 1위인 현대중공업 등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졌다. 올해 현대중공업은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주에 기대를 걸고 있다. 내년부터 역사상 가장 강력한 해양환경 규제로 꼽히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황산화물 규제가 시행돼 LNG선 발주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큰 LNG선 수주가 늘면 올해 영업이익도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굴삭기 등 건설장비를 수출하는 현대건설기계도 주가가 오르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현대건설기계는 지난해 중국에서 굴삭기 18만4000대를 팔아 사상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작년에 진행한 유통망 재정비 등의 효과로 올해 중국 굴삭기 판매가 작년에 비해 10.9% 더 늘어날 것”이라며 “인도 정부의 인프라 개발 의지로 인도 내 판매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가 하락에 따라 현대오일뱅크의 실적이 악화된 점은 부담요인으로 꼽힌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