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위기의 '일대일로'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연간 이자만 1억2000만달러(약 1340억원)에 이른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말레이시아가 중국 주도로 추진되던 동부해안철도 연결 사업을 취소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마하티르 모하맛 총리가 지난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린 데 이어 프로젝트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 철도 공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 중 핵심 사업이다. 중국은 말레이시아 동부에서 서부 항구까지 668㎞ 구간을 연결함으로써 미군기지가 있는 싱가포르를 거치지 않고 중동 원유 수송로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말레이시아로서는 실익이 적고 부채만 늘어나는 부작용에 직면했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를 육로(一帶)와 해로(一路)로 잇는 전략이다. 대상 국가가 65개국에 이른다. 육로의 중심은 철도망 연결이다. 해로의 확장은 주요국의 대형 항구를 활용해 남중국해에서 아프리카까지 ‘진주 목걸이’ 모양으로 잇는 것이다.

처음에는 중국의 인프라 투자에 고마워하던 주변국들이 공사 후 빚더미에 올라앉으면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중국이 돈을 빌려주고, 이 돈으로 중국 기업이 사업하는 방식이어서 공사비가 해당 국가 부채로 고스란히 전가됐다.

‘부채의 늪’에 빠진 최대 피해국은 파키스탄이다. 이 나라는 인프라 건설 자금의 80%(620억달러)를 중국에서 빌린 탓에 높은 이자를 갚느라 허덕이고 있다. 라오스는 중국~라오스 철도 건설을 포함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인 67억달러를 중국에서 차입했다. 지부티는 중국에 진 빚이 GDP의 91%나 된다.

스리랑카에서는 반중 시위까지 일어났다. 중국 자금으로 완공한 함반토타 항구의 이용률이 낮아 중국에 99년간 운영권을 넘기자 국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중국은 “일대일로가 경제협력체”라고 강변하지만 주변국 반발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외교·군사적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은 “중국이 패권국으로 가고 있다”며 “일대일로는 새로운 식민주의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은 신(新)태평양 외교·안보 전략인 ‘인도·태평양 구상’과 호주·인도를 연계한 마름모꼴의 ‘안보 다이아몬드 전략’으로 일대일로에 맞서고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진주 목걸이’와 ‘다이아몬드’가 부딪치고 있다. 중국 중심의 대륙세력과 미·일 위주의 해양세력 사이에 낀 한국의 미래도 불투명하다. 옛 ‘실크로드’가 교역과 개방의 ‘열린 길’이었던 것과 달리 ‘일대일로’가 ‘닫힌 길’이 되지 않을까 하는 국제 사회의 우려 또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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