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에서도 아마존과 같은 전자상거래 기업이 약진하면서 전통 소매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영국과 독일 소매업체들은 최근 실적 악화로 잇따라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유럽 소매기업의 어려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유럽 유통기업도 아마존 앞에 '추풍낙엽'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1위 유통업체 테스코는 직원 1만5000여 명을 감원하기로 했다. 고기, 생선, 조제식품 코너의 문을 닫고 비용 절감을 위해 구내식당엔 자판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테스코는 2014년에도 분식회계 사실이 드러나 난관에 봉착했다. 당시 2만9000명을 감원하고 해외 자산을 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에 나서 어렵사리 위기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영국과 아일랜드의 매출 부진으로 다시 수익성이 악화됐다.

200여 년 역사의 영국 백화점 데번햄스도 165개 점포 가운데 50곳 이상을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내년 이후 만기가 돌아오는 3억파운드(약 4422억원)에 달하는 채무를 상환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독일에서도 60여 개국에서 1200개 이상의 지점을 거느린 패션 브랜드 게리 베버는 지난 25일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1990년대 업계를 주름잡았던 게리 베버는 10여 년간 계속된 영업 적자로 파산 위기에 몰렸다. 앞서 베를린과 뮌헨 등에 지점을 둔 카우프호프백화점 역시 2600명의 직원을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럽 유통기업의 위기는 온라인 쇼핑이 보편화한 영향이 크다.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어 타격을 입고 있다. 세계 최대 완구 유통기업 토이저러스와 126년 역사의 시어스백화점 등 기존 유통기업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는 미국 시장 상황이 독일과 영국에서도 재연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시티리서치는 2017년 아마존의 유럽 사업 규모가 2010년에 비해 6배 커졌다고 분석했다. 아마존은 영국과 독일 두 나라에서 전체 해외 매출의 절반가량을 올리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프랑스에서도 대형 유통업체 카지노그룹과 손잡고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한 방식으로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아마존과 카지노의 제휴가 알려지자 경쟁사인 까르푸의 주가가 한때 33%가량 폭락하기도 했다.

유럽의 경제성장 둔화와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물류대란 우려 역시 기존 소매업체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이달 초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6%로 0.3%포인트 낮췄다. 독일 정부가 30일 발표할 연례 보고서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0%로 대폭 하향 조정할 것이란 보도도 나오고 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