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독점 운영' 지적에도 관련 법·제도 개선 미진
전문가 "공공재 통해 수익…독점적 권한 옳지 않아"
[황금알 케이블카]③해법은 없나…"명확한 기준 필요"
탐사보도팀 = 설악산·남산 케이블카 등 케이블카 사업을 둘러싼 각종 논란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불거졌으나 쉽게 해결되지 못했다.

과거 사업 허가권을 따낸 몇몇 업체가 수십 년째 독점적 혜택을 누리고 막대한 부를 거둬들이고 있는데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법·제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궤도운송법'(국토교통부), '자연공원법'·'환경영향평가법'(환경부) 등 관계기관마다 적용하는 법령이 다르고 그 역할과 허가 기준도 달라 관리의 틈이 존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궤도운송법은 케이블카(삭도)를 포함한 궤도 시설을 운영할 때 필요한 사업 허가·승인 등의 절차를 관리한다.

시설이 허가 기준에 맞는지, 설비 기준이 적합한지 등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사업의 '유효기간'에 대해서는 별도 규정이 없다.

케이블카 사업을 하려면 관할 행정 기관의 허가 또는 승인 등을 받아야 하는데 해당 업체가 '언제까지' 사업을 할 수 있는지 제한하는 규정은 없는 셈이다.

인허가 특혜 논란 등으로 지난 2016년 서울시의회의 행정 사무조사를 받았던 한국삭도공업이 50여년간 케이블카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에 서울시의회 행정 사무조사 특별위원회는 '민간 업체가 독점적 지위를 갖고 영구적으로 사익을 추구하는 일이 없도록' 영업 기간을 제한하는 내용의 궤도운송법 개정을 정부와 협의하라고 시에 요구했으나 변화로 이어지지 못했다.
[황금알 케이블카]③해법은 없나…"명확한 기준 필요"
자연공원법 역시 케이블카 사업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이 법은 국립공원, 도립공원 등 공원 일대를 용도에 따라 나눠 건축물과 각종 시설물 설치 등을 제한하는데, 설악산 케이블카가 설치(1971년)된 이후인 1980년에야 만들어졌다.

설악산은 1965년 천연보호구역 및 천연기념물 제171호로 지정된 상태였지만, 1970년 3월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 이미 케이블카 사업 허가권을 민간에 내준 탓에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게 국립공원관리공단 측 설명이다.

공단 관계자는 "케이블카를 관리하거나 제재할 근거는 없다"며 "(권금성 케이블카의) 사업 허가는 1969년에 나갔고, 국립공원 지정은 1970년에 됐다.

자연공원법 자체에 사업권 환수 등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다"고 말했다.

설악산 국립공원 속 자연을 이용해 돈을 벌면서도 환경부담금을 내지 않는 점도 문제로 거론된다.

공단에 따르면 설악산 케이블카 측은 현재 별도의 공원 관리 비용이나 환경부담금 등을 내지 않고 있다.

2012년 정치권을 중심으로 '권력형 특혜 비리의 전형'이라며 설악산 케이블카의 사업권 환수를 주장하는 요구도 있었으나,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케이블카의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국내 관광용 케이블카의 대다수는 민간 업체가 운영하지만 산, 바다와 같은 공공 자원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황금알 케이블카]③해법은 없나…"명확한 기준 필요"
이 훈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 겸 관광연구소장은 "케이블카는 자연경관, 풍광 등의 공공재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면서 "수익의 일부는 생태 환경 복원, 지역 주민 지원 등 공공을 위해 쓰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특정 개인이 (사업 허가권 및 수익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법·제도를 통해 권한·책임 등을 명시하고 사업 독점화를 방지하는 등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심원섭 목포대 관광경영학과 교수도 "한국을 대표하는 국립공원이자 대표적인 공공재인 설악산에서 보듯 케이블카 사업은 기업의 자체 자원이 아니라 공공재를 활용해서 수익을 내는 것"이라면서 "일부 업체는 1960년대에 사업 허가권을 받아 지금까지 계약기간의 제한도 없이 영업 중인데 공공 자원을 무한하게 쓰면서 독점적 권한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따라서 "관련법 등을 통해 명확한 기준을 만들어 관리할 것은 관리하고 규제할 것은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도 뒤늦게 케이블카 사업 기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 등 12명은 작년 11월 민간 사업자의 사업 연한을 30년으로 하고, 기간이 끝나면 재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궤도운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지 확실치 않은데다가 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이미 지어져 영업중인 케이블카 노선에 소급 적용될 수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법안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계류중이다.
[황금알 케이블카]③해법은 없나…"명확한 기준 필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