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내달 15일까지 3주간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사태를 풀고 정부를 재가동하기로 하고, 이 기간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기한 내 장벽예산 합의가 불발될 경우 다시 셧다운에 돌입하거나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의회 승인 절차 없이 관련 예산을 집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28일(현지시간)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예산 편성을 관철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다가 이번 '장벽 대치'는 트럼프 대통령과 낸시 펠로시(민주·캘리포니아) 하원의장간에 개인적 '원한 싸움'을 방불케 할 정도로 험악한 상태가 됐다고 더 힐은 전했다.
당장 민주당은 국경장벽을 위한 돈을 편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펠로시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5일 셧다운을 풀자마자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예산 마련에 반대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바 있다.
케빈 크레이머(공화·노스다코타) 상원의원은 "3주가 지나서도 똑같은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며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 전망을 내놨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장벽건설에 있어 유연성을 보이는 조건으로 불법체류 청년들에 대한 영주권 내지 시민권 부여 등을 비롯한 이민법 개혁을 요구하는 '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57억 달러 규모의 장벽예산을 비롯, 남은 3주간 국경 안전 문제에 대한 논의를 위해 상·하원이 동시에 참여하는 양원 협의회가 가동될 예정이지만 얼마나 생산적인 절충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협의회 멤버로 지명된 딕 더빈(민주·일리노이)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만 하더라도 공화당이 추방 위기에 직면한 '드리머'(추방 유예된 불법체류 청년)들을 위한 영구적 해법에 동의해야만 국경장벽 예산 확대에 협조할 수 있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더빈 상원의원은 장벽건설 예산과 '다카'(DACA·불법 체류 청년 추방 유예 프로그램) 3년 연장을 맞바꾸자는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의 중재안도 거부한 바 있다.
민주당 내 중도파로 꼽히는 조 맨친(웨스트버지니아) 상원의원도 "다카 10년 연장안 정도면 협상 진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반적 이민문제를 건드리는 건 트럼프 대통령이 시한으로 제시한 3주 안에 끝내기에는 물리적으로 쉽지 않은 '난제'라고 더 힐은 내다봤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이민문제에서 양보한다면 전통적 지지층 이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고민이 될 수 있다.
존 튠(사우스다코타)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도 "보다 광범위한 이민 협상을 시도할 경우 (3주보다) 훨씬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이다.
이는 장기과제"라고 내다봤다.
마코 루비오(공화·플로리다) 상원의원도 "이민법과 관련해서 폭넓게 손대려고 할 수록 법안 통과는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공화당은 대규모 자연재해나 내전을 겪은 남미·아프리카 국가 출신자에게 인도적 차원에서 미국 내 임시 체류를 허용하는 '임시보호지위'(TPS) 갱신 중단 조치 유예나 다카에 대한 단기 대책 마련에서는 여지를 열어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양원 협의회가 가동되더라도 의사 결정 과정에서 각 당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더 힐은 지적했다.
다만 공화당과 민주당 간에 접점을 찾으려는 노력이 진행돼온 만큼 일각에서는 극적 타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제임스 클라이번(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도 민주당은 직접적인 장벽건설이 아니라면 국경 안전에 57억 달러를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에서 내달 15일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국가비상사태를 선포, 의회를 거치지 않고 장벽예산을 편성하겠다고 벼르고 있지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이러한 시도가 자칫 법원에서 제동이 걸리며 트럼프 대통령의 지렛대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더 힐은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