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한진칼 주주권 행사 여부 결정 앞두고 관심
SK·현대건설·KT&G 등 이사선임 놓고 반대·중립·기권·찬성 제각각


국민연금이 그간 주주가치 침해 기업에 어떤 주주권을 행사했는지에 시장의 관심이 쏠린다.

국민연금 최고의결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내달 1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가 주주가치를 훼손한 데 대한 책임을 물어 한진칼과 대한항공에 '경영참여' 주주권을 행사할지를 정하기로 하면서 참고사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29일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의결권 행사 지침상 법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1차 판단이나 검찰 기소 등 객관적 사실에 근거해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익 침해 이력이 있으면 이사선임에 반대할 수 있다.

이런 판단 기준을 근거로 국민연금은 2011년 3월 11일 SK와 SK이노베이션 주총과 2016년 3월 18일 SK 주총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업무상 배임과 분식 회계로 법원 확정판결을 받아 기업가치를 훼손한 이력을 근거로 이사선임에 반대의결권을 행사했다.

다만 2012년 2월 13일 열린 SK하이닉스 주총에서는 최 회장이 횡령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 상태였지만, 최 회장 후보의 이사선임을 조건으로 하는 하이닉스 인수계약이 하이닉스 주주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중립 의결권을 던졌다.

국민연금은 또 2015년 3월 13일 현대건설 주총에서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이 부결될 경우 기업경영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기권했다.

2015년 10월 7일 열린 KT&G 주총에서는 백복인 사장이 계열사를 통한 비자금 조성 개입, 비리 사건 핵심증인 해외 도피 혐의 등이 있지만, 주주가치 훼손의 객관적 증거나 검찰 기소가 없는 상황에서 해당 혐의를 부인하는 점을 고려해 이사선임에 찬성했다.

이와 관련, 오는 2월 1일 오전 8시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리는 기금위에서 대한항공과 한진칼 주총 때 횡령·배임, '땅콩 회항', '물컵 갑질' 등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조 회장 일가의 일탈행위와 이를 막지 못한 이사회에 어떤 칼을 빼 들지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가진 2대 주주이며,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지분 7.34%를 확보한 3대 주주다.

국민연금이 쥔 카드는 크게 두 가지다.

이사해임과 사외이사 선임, 정관변경 등 '경영참여'에 해당하는 적극적 주주권과, 기존의 찬반 의결권 등 소극적 형태 주주권이다.

지금으로서는 경영참여에 해당하지 않는 소극적 주주권행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무엇보다 국민연금 주주권행사 전문그룹인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 다수 위원이 애초 예상과 달리 이사해임 등 적극적 형태의 경영참여형 주주권 행사에는 반대의견을 냈기에 이를 뒤집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 23일 열린 수탁자책임위 회의에서 총 위원 9명 중에서 한진칼에 대해 5 대 4, 대한항공에 대해 7 대 2로 적극적 주주권행사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결론이 나오자 시장에서는 의외의 결과로 받아들였다.

지난해 7월말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에 따라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강했는데, 이런 기류와는 다른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금위 회의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며 속단하기엔 이르다는 분석도 있다.

무엇보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 추진전략 회의에서 "공정경제를 위해서는 대기업의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면서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 탈법에 스튜어드십코드를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원칙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기금위의 구성이 정부 정책에 공감하는 위원 중심으로 짜인 점도 적극적 주주권행사 가능성 관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기금위는 위원장인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정부 인사 5명, 외부 추천인사 14명 등 총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기금위에 오른 안건은 위원 절반 이상 참석에 참석자 과반 찬성이면 통과된다.
국민연금, 주주가치 훼손 기업에 어떤 주주권 행사했나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