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국기' 노래 보급해 애국심 고취…"외국교육 김정은, 선대 방식 탈피"
北, '수령' 보다 '국가' 띄우기…시장 경험 주민 의식변화 반영
국가제일주의가 북한 김정은 정권의 새로운 캐치프레이즈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은 올해 들어 하루에 한 번꼴로 국가제일주의를 언급하는 다양한 기사를 싣고 있다.

노동신문은 28일 '사회주의 조국의 더 밝은 앞날을 향하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강대하고 위대한 조국을 위해 지혜와 열정, 피와 땀을 아낌없이 바쳐야 한다"며 "우리 국가제일주의의 기치 높이 올해에 이룩할 보다 큰 승리들을 힘있게 증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가제일주의를 주민들에게 설파할 목적으로 새해 첫날 '우리의 국기'라는 노래를 발표하고 관영매체와 선전 매체를 동원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정세와 환경이 어떻게 변하든 우리 국가제일주의를 신념으로 간직"해야 한다고 주민들에게 역설했다.

국가제일주의라는 표현은 2017년 11월 북한 매체에 처음 등장했지만,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북한의 외교 행보로 한반도의 정세 변화가 본격화된 작년부터다.
北, '수령' 보다 '국가' 띄우기…시장 경험 주민 의식변화 반영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고립과 제재에 직면했던 북한이 작년 들어 본격적인 외교에 나서면서 국제환경이 변화되자 국가제일주의라는 키워드로 체제에 대한 충성과 주민 결속을 위한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북한 입장에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 선대들이 그토록 원했지만, 이룰 수 없었던 세계 최강국 미국과 사상 첫 정상회담을 한 것에 대해 '최대의 업적'으로 치켜세울 만하다.

또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이례적인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국제적 위상과 지위를 드높였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노동신문은 지난 25일 게재한 정론 '공화국 깃발'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는 대국들을 움직이는 전략적 요충지에 있다는 유명한 정의로 오랜 세월 굳어졌던 지정학적 숙명론을 깨뜨렸다"고 자평했다.

과거 북한은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에 껴 눈치를 보며 피해를 봐야 했지만, 이제는 김 위원장의 주도적 정상외교로 세계 강국들을 움직이는 지위로 바뀌었다는 주장인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에 의해 북한의 국제적 위상이 변화된 만큼 당연히 국가적 자긍심을 가져야 하며 그런 국가에 대한 애국심을 갖고 체제에 충성해야 한다는 명분과 논리를 내세우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북한이 국가제일주의를 내세운 배경에는 사실상 북한 사회를 지배하고 되돌릴 수도 없는 시장경제 속에서 변화되는 주민들의 의식변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9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이후 장마당(시장)을 경험하며 개인주의를 체화한 현재의 '시장세대'에게 애국심을 심어주려는 속내가 깔려있다는 것이다.

이우영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 위원장이 선대와 달리 '개인'을 중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개인을 하나로 묶어주는 수단으로 '국가'를 띄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이 국가제일주의를 내세운 것은 김정은 위원장의 '신세대 사고방식'과 연관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개인에 불과한 수령에 대한 충성을 주장한 선대의 낡은 마인드와 달리 외국 교육을 받고 젊은 김정은 위원장이 그동안 북한체제를 떠받쳐온 수령에 대한 강조보다는 국가에 대한 명분 있는 충성으로 결속을 노린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외국에서 교육을 받은 김정은 위원장은 이제 아버지가 하던 방식으로는 주민들을 통합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