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허 워싱턴 찾아오자 '기술도둑질' 기습 발표"
"화웨이·무역협상 '불공정관행 개선' 같은 목표 투트랙"
美, 무역협상 답보에 '화웨이 때리기'로 中 강력압박
미국 수사당국이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28일(현지시간) 기소한 것은 양국 무역협상이 공회전하는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관측이다.

화웨이에 대한 기소가 오는 30∼31일(현지시간) 치러지는 장관급 무역협상을 이틀 앞두고 기습적으로 이뤄진 데다 주요 공소사실이 무역협상의 의제와 겹치기 때문이다.

현지 언론들은 미국의 화웨이 기소 소식을 전하면서 무역협상이 코앞에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 류허 중국 부총리와 왕셔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부부장(차관)이 미국 워싱턴DC에 도착해 무역협상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화웨이 기소가 강행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무역협상을 앞두고 외교적으로 민감한 순간에 화웨이에 대한 공소사실이 발표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NYT는 "기소 시점이 대면 협상과 매우 가까워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더 경색될 가능성이 크다"고 해설했다.

미국 법무부는 공소사실 가운데 하나로 지식재산권 절도를 적시했다.

화웨이가 미국의 경쟁업체인 T-모바일로부터 영업비밀을 훔치려고 모의했다는 것이다.

T-모바일은 휴대전화기의 품질관리 문제를 진단하는 데 사용한 자사의 독점적인 로봇기술을 화웨이가 훔쳤다고 민사소송에서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이른바 '기술 도둑질'로 비난하는 이 같은 지식재산권 침해는 이번 무역 담판의 핵심의제다.

그러나 중국은 이달 초 실무협상에서 무역 불균형 해소와 비교할 때 기술 도둑질 의제에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미국의 불만을 샀다.

대중 강경파이자 협상을 이끄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식재산권 부분에서 거의 진전이 없다고 의회에 보고한 바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이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에 진입하는 미국 기업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불공정 관행을 방지하는) 강제이행 장치가 가장 중요한 세 가지 의제"라고 재확인했다.

제반 분위기를 종합하면 화웨이 기소는 사실상 무역협상에 나서는 중국에 결단을 촉구하는 압박으로 읽힐 여지가 크다.

실제로 매슈 휘터커 법무부 장관대행은 이날 법무부에서 열린 화웨이 기소 발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전쟁 명분을 되풀이했다.

휘터커 대행은 화웨이의 지식재산권 절도 혐의를 두고 "자사의 이익을 높일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고 산업정보를 훔치는 매우 심각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미국 산업·무역 정책의 주무 부처로서 무역협상에 참여하는 상무부의 윌버 로스 장관도 법무부 기자회견에 가세해 중국 기업들의 관행을 비판했다.

로스 장관은 화웨이에 대한 법 집행은 중국과의 무역협상과는 완전히 분리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역협상과 법 집행이 연계될 가능성이 언급되면 법치 훼손 논란이 뒤따를 수 있는 만큼 원론적 발언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2월 국가이익에 부합한다면 화웨이 사건에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를 훼손하려는 게 아니냐는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협상 기간에 류허 부총리를 직접 만나기로 했다.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지난 25일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류 부회장이 결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화웨이 사법처리와 미국의 무역협상 요구는 별개의 트랙에서 발생하고 있지만 중국이 기술 강호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반드시 국제통상 규정과 법을 지키도록 압박한다는 점에서 목표가 같다"고 해설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