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케이뱅크 대주주 심사에 '사면초가'…인터넷銀 무덤 만드나
KT의 케이뱅크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앞둔 금융위원회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이 있는 KT를 대주주 심사에서 통과시킬 경우 특혜 논란이 일 수 있고, 탈락시킬 경우 케이뱅크 사업 성장에 제동이 걸린다. 인터넷전문은행 활성화 기치를 내건 상황에서 사면초가에 빠진 금융위가 어떤 선택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T는 인터넷은행법 시행 직후 케이뱅크의 지분율 변경 작업에 착수했다. 지분을 10%에서 34%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대주주(한도초과보유주주) 승인 신청을 남겨둔 상황이다. KT가 이를 신청하면 금융위가 적격성 여부를 심사한다.

관건은 KT의 공정거래법 위반 전력을 금융위가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대주주 적격성 요건으로 최근 5년간 금융관련법령·공정거래법·조세범처벌법·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처벌을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KT는 2016년 3월 공정거래법 위반(입찰 담합)으로 70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 대주주 결격 사유에 해당하나 지분 확대를 추진하는 것은 인터넷은행법에 예외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법은 '금융위원회가 해당 법령 위반의 정도가 경미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예외를 둬 진입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을 두고 있다. 금융위의 판단에 따라 KT의 대주주 적격성 통과 여부가 결정되는 셈이다.

금융위의 선택은 쉽지 않다. 예외조항에 기반해 KT에 케이뱅크 최대주주 자리를 허락한다면 특혜 의혹을 피하기 어렵다. 케이뱅크는 출범 당시부터 특혜인가 논란이 불거져 왔다. 작년 말 국정감사에서도 사전 인가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금융위와 KT, 케이뱅크 모두 봐주기 논란에 휩싸일 공산이 크다.

카카오 역시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앞두고 있지만, KT와는 온도차가 있다.

카카오의 자회사 카카오M이 2016년 공정거래법 위반(온라인 음원 가격 담합)으로 1억원의 벌금형을 받았으나 카카오계열로 합병되기 전에 일어난 일로, 카카오계열의 위법행위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해석이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지난해 공정거래법 위반(공시 누락)에 대한 1억원 벌금형 약식기소건도 대주주 대상 법인이 아니기에 대주주 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풀이가 나온다.

KT를 대주주 심사에서 떨어트리는 것에도 부담이 따른다. KT가 이번 심사에서 탈락한다면 법 위반 시점(2016년)의 5년 후인 2021년까지 지분 확대가 어렵다. 케이뱅크의 사업에 차질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케이뱅크는 그간 은산분리 규제로 자본 확충에 난항을 겪었다. 부족한 자본 탓에 지난해 말까지 대출상품의 중단과 재개를 되풀이했다. 지분 구성이 20개 주주로 쪼개진 탓에 유상증자도 쉽지 않았다. 은산분리 규제 하에서는 모든 주주사가 참여하지 않고는 실권주 발생이 불가피했다.

1호 인터넷전문은행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할 만큼 성적이 부진하다. 자본금 4775억원, 작년 3분기 누적 순손실은 580억원에 이른다. 카카오뱅크의 자본금 1조3000억원, 순손실 규모(159억원)에 한참 못미치는 수준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금융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의 까다로운 규제가 인터넷전문은행의 성장길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부터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고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문을 열었다고 하지만 막상 들여다 보니 여전히 규제가 가득하다"며 "금융업권이 아닌 ICT 산업군의 잘잘못까지 모두 심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서 누가 인터넷전문은행업에 뛰어 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흥행 참패가 예상되는 2기 인터넷전문은행 인가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규제를 그대로 두면서 인가에만 열을 올린 까닭에 네이버, 인터파크 등 유력 후보들이 불참을 선언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혹독한 금융 규제로 제3, 4 인터넷전문은행 도입도 흥행이 불발될 조짐"이라며 "원칙 중심의 사후규제가 아닌 규정 중심의 사전규제를 고집한다면 금융 ICT 융합 기반의 혁신성장은 일궈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