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뇌졸중 당뇨 치매 등 확인 가능
의료 녹취 ‘셀비 메디보이스’도 개발
김경남 셀바스AI 대표(52)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질병 예측 시스템 ‘셀비 체크업’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셀바스AI는 2017년 초 이 시스템을 개발했다. 약 2년 만에 국내 판매를 넘어 수출 판로까지 개척한 것. 셀비 체크업은 피검자가 간암, 대장암, 위암, 유방암, 전립선암, 폐암, 뇌졸중, 당뇨병, 심장질환, 치매 등 10가지 병에 걸릴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를 빅데이터를 통해 예측해주는 헬스케어 서비스다.
김 대표는 “인공지능 평가 지표 ‘AUC’로 셀비 체크업의 정확도를 측정해보니 당뇨병·심장질환은 90%를 넘었고 다른 암도 80%대 중반에 달했다”며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의 AUC 평가 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건강검진센터 3곳과 중국의 한 VIP 건강검진센터가 이 서비스를 도입했다”며 “일본에서는 대형 통신사 KDDI가 셀비 체크업을 보험사 등에 ‘기업 간 거래(B2B)’로 공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990년 KAIST(한국과학기술원)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2년 포스텍에서 전자공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2~1997년 삼성전자 연구원, 1997~2001년 디엑스오텔레콤 이사, 2001~2004년 텔슨정보통신 연구소장을 거쳤다. 2004년 셀바스AI의 계열사인 인프라웨어에 연구소장으로 입사한 뒤 이 회사 부사장까지 맏았다. 2015년 셀바스AI 대표로 선임됐다. 지난해 정부에서 정보통신 발전 분야 산업포장을 받았다.
셀비 체크업은 피검자의 신체 상태를 빅데이터와 비교해 피검자가 질병에 걸릴 확률을 경험적으로 분석해주는 셀바스AI의 헬스케어 서비스다. 문진표를 통해 질병 관련 가족력이나 생활습관 등도 반영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비식별 처리(누구의 생체정보인지 특정할 수 없게 하는 것)를 거친 빅데이터를 확보한 뒤 세브란스병원과 함께 연구해 셀비 체크업을 개발했다.
셀바스AI의 핵심 경쟁력은 뭘까. 김 대표는 “AI를 개발하는 회사는 영상 혈압 맥박 등 특정 분야에 국한된 AI에 집중하는 게 보통”이라며 “반면 셀바스AI는 다양한 분야에 걸쳐 기술력을 두루 높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AI 관련 특허가 143건에 이르고 영역도 다양하다”며 “다루는 분야가 넓다보니 관련 상품을 연구개발(R&D)하는데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셀비 체크업은 맥박 혈압 혈액 문진 등을 다양하게 반영한다. 의료 녹취 시스템 ‘셀비 메디보이스’도 이 회사의 주력 상품이다.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환자 등이 주고 받는 말을 자동으로 문자화해 저장하는 서비스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대구 파티마병원, 한림대 동탄성심병원이 셀비 메디보이스를 도입했다. 셀비 메디보이스를 시범적으로 사용하며 ‘제품 도입 전 검증 단계(POC)’를 거치고 있는 병원은 10곳에 이른다. 올해 내로 추가 도입하는 곳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김 대표는 “의료진이 쓰는 말에는 전문용어나 관용어가 많고 영어와 한글이 혼재돼 있다”며 “현재 나와 있는 일반적인 음성인식 서비스로 의료현장의 대화를 녹취하면 정확도가 30~4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셀비 메디보이스는 의료진이 쓰는 용어를 빅데이터로 축적하고 이를 딥러닝 알고리즘으로 학습해 인식률을 높일 수 있다”며 “현재 정확도가 93% 선이며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수술실 녹취 의무화가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결국 실제 도입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훗날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김 대표는 “수술실 녹취가 의무화되면 셀비 메디보이스가 꼭 필요해질 것”이라며 “수술실 속 대화를 문자화해 저장하기 때문에 녹음한 걸 전부 들어볼 필요 없이 키워드 검색으로 필요한 부분을 신속하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셀비 메디보이스의 해외진출 실적은 아직 없다. 그러나 여건이 되는대로 동남아시아권 언어를 AI에게 학습시켜 이 지역 진출을 시도해볼 계획이다. 김 대표는 “미국에 비슷한 서비스를 하는 회사 ‘뉘앙스’가 있지만 이 회사의 서비스는 표준적인 영어를 인식하는데 집중돼 있어 주로 영미권에서 사용된다”며 “셀바스AI는 아시아 의료현장 녹취라는 틈새시장을 찾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셀바스AI는 1999년 ‘디오텍’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처음에는 헬스케어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AI를 연구했다. 김 대표는 “약 5년 전부터 고령화가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이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 외 다른 분야에도 지출을 늘이기 시작했다”며 “이런 흐름을 감지하고 헬스케어 집중 전략을 택했다”고 말했다. 회사 이름을 셀바스AI로 바꾼 건 2016년이다.
셀바스AI는 웰니스기기 회사 ‘인프라웨어테크놀러지’, 의료기기 등을 만드는 ‘셀바스헬스케어’, 사무용 소프트웨어 회사 ‘인프라웨어’ 등 3곳을 계열사로 갖고 있다. 인프라웨어테크놀러지는 코넥스에 상장됐고 셀바스AI를 포함한 나머지는 모두 코스닥 상장사다. 직원 수는 셀바스AI가 약 170명이고 계열사를 모두 합치면 약 550명이다. 곽민철 셀바스AI 공동대표가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