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안보전략硏 전문가 주장…"실상은 정치가 주도하는 문제"
"한일 초계기 갈등, 최고지도자 주도적 역할 필요한 시점"
한국과 일본의 '레이더-위협비행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양국 최고지도자와 정치권, 고위급 외교라인 등의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문가가 지적했다.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김숙현 대외전략연구실장과 박병광 책임연구위원은 29일 '한·일 초계기 갈등의 배경과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한일 초계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국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정치권에서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실장과 박 연구위원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초계기 갈등은 국방 부문의 사안으로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이는 정치가 주도하는 것"이라며 이같이 진단했다.

이들 연구진은 "한일 국방당국 간 대화나 합의가 어려워진 상황을 감안하면 최소한 양국의 고위급 외교라인들이 나서서 문제의 해결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라고도 제안했다.

이들은 최근 한일 갈등의 배경으로 먼저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부의 '국내정치적 배경과 야심'을 꼽았다.

지난해부터 한반도에 평화무드가 형성되면서 북한의 위협 요인이 약화하고, 러시아의 쿠릴열도 반환 가능성도 급속히 저하하는 가운데 아베 정부가 한일 갈등을 통해 지지층을 재결집하려 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베 정부로서는 불리한 역사 문제의 이슈에서 벗어나 군사적 이슈를 쟁점화함으로써 국면을 전환하고 한일관계에서의 외교적 주도권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중일관계가 지난해 가을 이후 개선돼 갈등 국면에서 우호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일본에 대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줄어든 점도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일 초계기 갈등의 또 다른 국제정치적 배경에는 동북아에서 미국의 리더십 쇠퇴와 트럼프 행정부의 동맹관리 미숙함이 작용하고 있다는 점을 간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달 20일 우리 해군 함정이 자국 초계기에 화기관제(사격통제) 레이더(STIR-180)를 조사했다고 주장했지만, 우리 군은 일본 초계기가 오히려 우리 함정에 저고도 위협비행을 했다고 반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