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자영업자(개인사업자) 대출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고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서민금융진흥원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자영업자 금융지원 대책 점검회의를 열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빠른 속도로 증가하는 자영업자 대출이 부동산·임대업대출을 중심으로 과도하게 확대되면 전체 금융 시스템에 부담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609조2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7년 말 549조2000억원에서 9개월 만에 10.9% 늘어 전체 가계부채 증가율(6.7%)을 크게 웃돌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특히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서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했다”고 말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금융회사로부터 자영업자 대출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 취급 실태를 업권별·업종별로 면밀히 분석할 계획이다.

자영업 대출이 늘면서 연체율도 급등하고 있다. 국내 은행 대출 중 자영업자 연체율은 2017년 말 0.29%에서 지난해 11월 0.40%까지 뛰었다. 이렇다 보니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힘든 자영업자들이 캐피털이나 대부업체 등 고금리 대출에 손을 내밀고 있다.

정부는 자영업자 대출 중 임대사업자가 주택 구입 목적으로 받는 주택담보대출이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계대출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느슨한 자영업자 대출로 우회해 주택 구입에 나선 자영업자가 꽤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우회대출을 방지하기 위해 올 1분기 제2금융권에서 이자상환비율(RTI) 규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부동산·임대업대출로의 쏠림이 과도한 금융회사는 해당 대출이 적정 수준에서 증가하도록 연간 신규 대출 취급 한도를 설정하는 등 총량 관리도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는 다만 국책은행을 통해 자영업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31일부터 2조원 규모로 연 1.9%대의 자영업자 특화 초저금리 대출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