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인터넷전문은행엔 자유가 필요하다
지난 23일 금융감독원에서 제3 인터넷전문은행 인가심사 설명회가 열렸다. 금융당국은 오는 5월까지 최대 2개 정도의 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를 내줄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향후 최대 4개의 인터넷전문은행이 활동하게 되는 셈인데 우리나라 경제 규모에 비해 그리 많은 숫자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특히 후발주자는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전문은행 제도를 도입하기 전에도 은행과의 거래에서 인터넷뱅킹이 보편화돼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전체 은행 거래의 80% 이상이 비대면 거래로 이뤄지고 있다는 2015년 한국은행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성공 여부는 기존 은행에 비해 얼마나 차별성이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아니더라도 아웃소싱으로 훌륭한 인터넷뱅킹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기존 은행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의 규제 체계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을 막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대기업 산업자본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 주력 기업에만 완화된 인터넷전문은행 소유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핀테크의 한 형태로만 국한돼서는 안 되고 더 넓게 산업융합의 한 형태로 볼 필요가 있다.

기업의 기존 비즈니스 네트워크와 플랫폼에 인터넷전문은행 형태로 온라인 금융서비스를 결합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수도 있다. 해외에선 유통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을 보유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전문은행 생태계를 ICT 기업 중심으로만 형성하고자 하는 것은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소유 규제와 같은 명시적 규제 외에 암묵적 규제 또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인터넷전문은행의 출현을 막는다. 우리나라 은행의 수익은 대부분 이자수익(예대마진)으로부터 나온다. 인터넷전문은행 또한 이자수익 중심의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전통적인 예금과 대출 업무 외 다른 금융서비스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돼야만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경쟁해 장기적으로 생존할 수 있다.

해외에선 이자수익이 아니라 수수료로 수익의 대부분을 창출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수수료에 대한 암묵적 규제가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명시적 규제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은행이 마음대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융거래 수수료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되면 금융당국은 유무형의 압력을 행사하고 금융회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이에 순응하는 과정이 낯설지 않다. 그 때문에 우리나라의 금융거래 수수료는 외국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낮은 수수료가 고객에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만큼 다양하고 수준 높은 금융서비스를 누릴 수 없다는 것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수료가 통제되는 상황에서는 수수료를 수입원으로 하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올 수 없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은행과 차별화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하고 과점화된 은행산업에 경쟁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하려면 명시적·암묵적 규제 체제 개선이 필수적이다. 적어도 인터넷전문은행에는 기존 은행에 비해 훨씬 많은 자유를 부여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이 추가로 시장에 진입해도 은행산업 전반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이다.

자회사를 통해 해외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네이버가 오히려 국내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에 진출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데에는 지나치게 경직된 국내 규제환경이 한몫했을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