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별로 23개 대규모 공공사업을 경제성 검토도 없이 추진한다. 관련 사업비를 모두 합치면 24조원 규모다. 이명박 정부 시절 같은 방식으로 추진된 4대강 사업(약 22조원)을 능가한다.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사업성 검증 없이 대규모 예산을 퍼붓는 것은 재정 원칙에 어긋난다.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진보시민단체조차 내년 총선을 앞두고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경기 부양 수단으로 쓰려는 의도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한다.
결국 'SOC 경기부양'…예타 없이 24兆 쏟아붓는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총사업비 24조1000억원 규모 지역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담은 ‘2019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를 심의·의결했다고 발표했다. 예타는 사업비 500억원 이상 국책사업의 경제성 등을 사전에 따져보는 제도다. 정부는 서울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에서 23개 사업을 예타 면제 대상으로 선정했다.

면제 대상은 대부분 SOC 사업이다. 사업 내용별로 살펴보면 광역 교통·물류망 구축(10조9000억원), 도로·철도 인프라 확충(5조7000억원) 등이 대거 포함됐다.

지역별로는 각 시·도에 한두 건씩 골고루 배정됐다. 국가균형발전을 명목으로 내건 만큼 23개 사업 중 경북 김천~경남 거제 간 남부내륙철도(4조7000억원), 충북선 철도 고속화(1조5000억원) 등 지방 사업이 17개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과거 정부에서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던 사업이다.

학계와 시민단체에서 이번 예타 면제 발표에 대한 비판이 터져나오고 있다. 환경부의 4대강 조사·평가단 민간위원장을 맡고 있는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성토하던 현 정권이 수십조원 규모 예타 면제를 추진하다니 말문이 막힌다”고 했다.

홍 교수는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추진된 4대강 재자연화를 위한 조사·평가단장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임도원/성수영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