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직원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연구개발하는 모습.
삼성전기 직원이 적층세라믹콘덴서(MLCC)를 연구개발하는 모습.
삼성전기가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쌀 한톨보다 작은 크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판매가 증가하면서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MLCC는 스마트폰, TV, 전기자동차 등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 들어가면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삼성전기는 올해 5G 상용화로 인한 모바일용 MLCC 수요가 LTE 대비 20%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판가에 따라 실적이 오르내리는 반도체와 달리 올해도 수익 고공행진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매출 8조1930억원, 영업이익 1조181억원을 거뒀다고 29일 밝혔다. 1년새 매출 20%, 영업이익 233%가 증가한 수치다. 매출은 5년만에 8조원을 돌파했고 영업이익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주력 사업인 MLCC 판매 확대가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MLCC는 전기를 저장했다가 일정량씩 공급하는 '댐' 역할을 한다. 반도체와 전자회로에 전류가 들쭉날쭉하게 들어오는 걸 방지해 제품 결함을 막아준다. 부품 간에 발생하는 간섭도 차단한다.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대부분의 제품에 들어가는 이유다. PC, TV, 스마트폰, 태블릿, 전기자동차까지 다양하게 적용된다. 'MLCC가 들어가지 않는 제품을 찾는 게 더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쌀 한톨보다 작은 MLCC는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 들어가면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와인잔을 채우면 가격이 최소 1억원을 넘어 수익성이 뛰어나다.
쌀 한톨보다 작은 MLCC는 반도체와 전자회로가 있는 제품에 들어가면서 '전자산업의 쌀'로 불린다. 와인잔을 채우면 가격이 최소 1억원을 넘어 수익성이 뛰어나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5G(5세대 이동통신) 등을 중심으로 한 4차 산업혁명 영향으로 MLCC 수요도 급격하고 늘어나고 있다. 한 제품에 들어가는 MLCC 양도 꾸준히 증가하면서 가격도 오르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사업보고서에서 "지난해 MLCC 가격이 29% 올랐다"고 설명했다.

수요가 계속되면서 대만 업체들이 제품 생산에 나서고 있지만 기술 격차는 여전하다. 업계 1위 일본 무라타와 삼성전기의 글로벌 점유율은 70%에 육박한다. 삼성전기 점유율은 2017년 21%에서 지난해 25%로 증가했고 올해 30%에 육박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 전망은 밝지만 당장은 스마트폰 등 IT기기 업황에 영향을 받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와 미국 애플의 판매량 둔화가 MLCC 수요 감소로 연결됐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의 4분기 컴포넌트 솔루션 부문 매출은 1년새 29% 늘었지만 3개월만에 13% 감소했다. 주요 모바일 거래선의 수요 감소로 IT용 MLCC 공급이 축소된 영향이다.

삼성전기는 5G, AI 등 응용제품 확대에 맞춰 고부가 MLCC 판매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전장 및 네트워크 장비용 고신뢰성 MLCC 공급 능력을 확대해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MLCC 시장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으로 수요가 위축됐지만 IT용 하이엔드 제품은 여전히 수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1분기 MLCC 매출은 10%대 성장이 전망된다. MLCC 성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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