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실언'에서 신임 신남방위원장이 배워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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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곱게 물들어가던 지난해 가을이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이 신남방정책위원장이란 직함을 단 지 채 한 달도 안 된 때다. 청와대 별관에서 만난 그는 열정으로 가득했다. 1시간짜리 인터뷰가 2시간을 훌쩍 넘겼을 정도였다. 그는 예정에도 없던 점심까지 제안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 했다. 당시 김 보좌관은 “기업이 동남아시아 국가에 진출하겠다고 하면 정부는 드림팀을 꾸려 총력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랬던 그가 ‘동남아 실언’으로 지난 29일 청와대를 떠났다. 깜짝 발탁만큼 갑작스런 ‘실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 보좌관의 사임을 수리하면서 “신남방 정책을 강조하다 보니 나온 말”이라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5060 세대’를 향해 “아세안으로 가라”는 등의 실언이 열정의 소산이라고 넉넉히 봐 준 셈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오랫동안 연구한 김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꽂은 신남방이란 깃발을 무척 반가워했다. 일본이 저성장 극복의 방편 중 하나로 아세안 등 해외로 눈을 돌렸듯이, 한국도 신성장동력을 아세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의 ‘읍참마속’으로 ‘김현철 실언’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짚어야 할 부분이 간과된 감이 없지 않다. 야당이 사과 운운하지만, 정쟁으로 삼겠다는 의지만 읽힐 뿐이다. 이래선 후임으로 누가 오더라도 똑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인들은 이번 사고를 ‘실언’이 아니라 ‘본심’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청와대의 기업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얘기다. 부족한 현실 인식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해외 진출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사느냐 죽느냐의 명운을 걸어야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를 헤아리지 못한 건 실수라기보다는 그 만큼의 고민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식당, 학원 등 자영업 진출만해도 아세안은 굉장히 뚫기 힘든 시장이다. 아세안 국가 중 국내 프랜차이즈가 진출해 성공을 거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태국에 나가 있는 탐앤탐스가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을 뿐이다. 매장 수는 고작 10여 개를 넘기는 수준이다. 업계 순위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태국 토종업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CJ 계열의 업체들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뚜레주르와 CGV의 인도네시아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려면 꽤 시간이 걸려야만 할 것이라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전언이다. 한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태국 등에 도전장을 냈지만 ‘짝퉁’ 브랜드에 밀려 결국 철수했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이 아세안에서 자영업을 하는 건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깝다. 김 전 보좌관은 개인의 진출 사례로 ‘백종원 식당’을 꼽곤했다. 하지만 백종원이란 이름을 내 건 프랜차이즈는 이 분야 ‘재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통령 직속의 신남방위원회가 할 일을 기업 독려로 잡은 건 하책 중의 하책라 할 만하다. 아세안 진출 기업은 이미 8000여 개에 달한다. 이윤의 기회만 있다면 신남방위가 독촉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해외로 나간다. 김 전 보좌관이 지난해 가을, 스스로 정했던 신남방위원장의 역할을 되새겼다면 이번처럼 황당한 일은 피할 수 있었을 지 모른다. 후임 신남방위원장은 제대로 후원자의 역할을 할 만한 분으로 선임되길 바란다. 이왕이면 동남아 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인에 맡기는 것은 어떨까.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문재인 대통령은 김 보좌관의 사임을 수리하면서 “신남방 정책을 강조하다 보니 나온 말”이라고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5060 세대’를 향해 “아세안으로 가라”는 등의 실언이 열정의 소산이라고 넉넉히 봐 준 셈이다.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오랫동안 연구한 김 전 보좌관은 문 대통령이 꽂은 신남방이란 깃발을 무척 반가워했다. 일본이 저성장 극복의 방편 중 하나로 아세안 등 해외로 눈을 돌렸듯이, 한국도 신성장동력을 아세안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문 대통령의 ‘읍참마속’으로 ‘김현철 실언’ 논란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작 짚어야 할 부분이 간과된 감이 없지 않다. 야당이 사과 운운하지만, 정쟁으로 삼겠다는 의지만 읽힐 뿐이다. 이래선 후임으로 누가 오더라도 똑같은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기업인들은 이번 사고를 ‘실언’이 아니라 ‘본심’으로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청와대의 기업 인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얘기다. 부족한 현실 인식도 아쉬운 점으로 꼽힌다. 해외 진출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사느냐 죽느냐의 명운을 걸어야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이를 헤아리지 못한 건 실수라기보다는 그 만큼의 고민이 없었다는 방증이라는 게 많은 이들의 생각이다.
식당, 학원 등 자영업 진출만해도 아세안은 굉장히 뚫기 힘든 시장이다. 아세안 국가 중 국내 프랜차이즈가 진출해 성공을 거둔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태국에 나가 있는 탐앤탐스가 겨우 적자를 면하고 있을 뿐이다. 매장 수는 고작 10여 개를 넘기는 수준이다. 업계 순위를 따지는 것조차 무의미하다. 태국 토종업체들이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CJ 계열의 업체들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다. 뚜레주르와 CGV의 인도네시아 실적이 흑자로 돌아서려면 꽤 시간이 걸려야만 할 것이라는 게 현지 기업인들의 전언이다. 한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치킨 프랜차이즈들도 태국 등에 도전장을 냈지만 ‘짝퉁’ 브랜드에 밀려 결국 철수했다. 이런 환경에서 개인이 아세안에서 자영업을 하는 건 거의 자살 행위에 가깝다. 김 전 보좌관은 개인의 진출 사례로 ‘백종원 식당’을 꼽곤했다. 하지만 백종원이란 이름을 내 건 프랜차이즈는 이 분야 ‘재벌’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대통령 직속의 신남방위원회가 할 일을 기업 독려로 잡은 건 하책 중의 하책라 할 만하다. 아세안 진출 기업은 이미 8000여 개에 달한다. 이윤의 기회만 있다면 신남방위가 독촉하지 않더라도 기업은 해외로 나간다. 김 전 보좌관이 지난해 가을, 스스로 정했던 신남방위원장의 역할을 되새겼다면 이번처럼 황당한 일은 피할 수 있었을 지 모른다. 후임 신남방위원장은 제대로 후원자의 역할을 할 만한 분으로 선임되길 바란다. 이왕이면 동남아 진출 경험이 있는 기업인에 맡기는 것은 어떨까.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