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올해도 상승" 전망…"금값에 이로운 '퍼펙트 스톰'"
금의 굴욕은 없다…경기둔화 여파 8개월 만에 최고가
세계 경기둔화와 신중해진 미국 통화정책에 힘입어 금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30일 오후 3시 40분 현재 금 1온스의 현물가는 1천315.30달러(약 147만원)까지 올랐다.

이는 작년 5월 14일 온스당 1천319.80달러를 기록한 이후 8개월여 만에 최고가다.

금 현물가는 작년 10월부터 4개월 연속으로 상승했고 올해만 상승 폭이 2.55%에 이르렀다.

이 같은 고공행진은 금이 최고 안전자산으로 다시 위상을 인정받기 시작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세계의 경기둔화 속도를 주시하며 기준금리의 추가인상에 인내심 있고 유연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기준금리의 인상 횟수가 적어질 수 있다는 이 같은 신호에 따라 달러화의 강세가 주춤한 기색도 보인다.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달러화의 가치를 지수화한 달러 인덱스는 최근 3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주요 경제권의 경기둔화나 정치적 불안 때문에 돈을 부을 곳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도 금값 상승의 원인이다.

중국의 경제성장은 뚜렷한 둔화세를 노출하며 애플, 캐터필러, 엔비디아 등 기업들의 실적에 타격을 주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정부 업무정지)에 따른 경제지표 발표 지연, 유럽에 혼돈을 초래할 수 있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금융시장 불확실성도 금값 상승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국립호주은행의 이코노미스트인 존 샤머는 "경제활동의 둔화, 금리 인상 가능성의 축소가 금을 떠받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작년에 금은 미국 주식시장의 기록적 강세장, 4차례에 걸친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달러 강세 때문에 3년 만에 가격이 하락하며 안전자산의 체면을 구겼다.

전문가들은 올해 금값이 기록적으로 치솟는 일은 없더라도 작년보다는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금값 전망치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애널리스트, 거래인 36명의 답변 중앙값은 온스당 1천305달러였다.

이는 작년 금값 평균치보다 3% 정도 높은 수치다.

답변자들은 이번 설문조사에서 금값이 2020년에는 1천350달러로 최근 고점이던 작년 1천366.07달러 아래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봤다.

귀금속 거래서비스 업체인 MKS의 프레데릭 파니주티는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 달러 약세나 강세의 중단, 미국 주식시장의 조정장, 계속되는 지정학적 불안 때문에 금값에 이로운 '퍼펙트 스톰'(둘 이상의 폭풍이 충돌해 폭발적으로 위력이 커지는 현상)이 형성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