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를 넘어 따뜻한 나라로 가는 ‘인도 기러기’ 사례를 언급하고자 합니다.”

올해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부임한 서동희 전무가 30일 4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사 직후 한 말이다. 실적과 시장 전망 등 숫자가 주인공인 실적 발표에서 CFO가 이런 비유로 발표를 시작한 것은 이례적이다. 중국발(發) 액정표시장치(LCD) 공급 과잉과 패널 가격 하락으로 인한 어려움은 지속되겠지만 체질 개선과 효율화로 위기를 이겨내겠다는 각오였다.

LGD, 작년 실적 선방했지만…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 24조3366억원, 영업이익 92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43%, 96.23%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당기순손실은 1794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올 상반기 시장 상황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전망을 내놨다. 서 전무는 “중국 업체들의 영향으로 올해 패널 공급도 두 자릿수 증가할 것”이라며 “수요도 글로벌 거시경제 불안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어 긍정적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리고 인도 기러기 사례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추운 겨울 생존을 위해 히말라야를 넘어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할 때, 낮은 지형을 우회하지 않고 히말라야를 정면으로 돌파한다는 것이다. 비행 전 스스로 몸무게를 줄이며 장거리 여정을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한다고 했다. 그는 “LG디스플레이도 넘어야 할 히말라야가 눈앞에 있다”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의 사업 체질 변화 △전사 모든 영역에서의 효율화 △재무 체질 강화를 약속했다.

올해 OLED TV 패널 판매 목표는 380만 대라고 밝히면서 “매출 기여도 면에서는 TV 사업 부문이 30%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엔 50% 비중 달성이 목표다. 올해 설비 투자 규모는 8조원이며, 감가상각비 규모는 4조원 이상이다. 그는 “올해 대부분 큰 투자가 끝나기 때문에 내년에는 4조원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