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노인은 말이 없다
사람들은 그들을 ‘지공스님’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승복 대신 등산복을 입고 말없이 산에 오른다. ‘지하철 공짜’ 혜택을 받는 노년층을 우스갯소리로 지공스님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들은 얼마 전에 느닷없이 “왜 산에 가느냐”며 그럴 바에는 “동남아시아로 가라”고 야단을 맞았다. 더 일하고 싶었지만 정년이 돼 그만두라기에 젊음을 바친 일터에서 걸어 나왔다. 쥐꼬리만 한 퇴직금으로 뭐라도 해보려다 모두 날리고 겨우 아파트 경비원 자리를 잡았는데 그마저 잃었다. 겨우겨우 자식들을 분가시킨 지공스님이 갈 곳은 산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도 노인들은 말이 없다.

노인들은 지금 조용히 떨고 있다. 노인 연령을 65세에서 70세로 올려야 한다고 야단들이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너무 오래 살기 때문에 연령을 상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이 산만은 사시사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변함없이 노인들을 안아주고 있다.

2017년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 노인들이 가장 외롭다고 한다. 한국 노인들은 경제적, 심리적 허기에 고통받고 있다. 그나마 외로움은 좀 참을 만하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학대받는 노인 비율도 세계 최고라고 한다. ‘누가 노인을 학대하는가’라는 문항에 연령별로 40대가 25.5%, 50대가 29.9%로 높게 조사됐고, 식구 중에는 아들이 40%, 배우자가 14%, 딸이 13%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노인들이 외롭기는 미국도 마찬가지다. 필자가 이민생활을 하던 중의 일이다. 어쩌다 길에서 동네 노인이라도 만나 인사를 나누면 ‘옳다구나, 잘됐구나’하고 그냥 놓아 주질 않았다. 주위에 말을 걸 사람이 그만큼 없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놀라운 것은 요즘 젊은이들은 노인들보다 더 외롭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최근 복지부 통계에 의하면 55세 이상은 70% 이상이 외롭다고 대답한 반면 1980~2000년 태어난 10~30대들은 89%가 외롭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친구들은 모두 어디 가고 그리 외로워졌을까. 모두 스마트폰 안에 있을 거다. ‘바람이 불면 날아가 버리는 전깃줄에 앉은 참새, 그것이 온라인 친구’라는 말이 떠오른다. 차가운 스마트폰의 1000명 친구보다 따뜻한 체온을 나눌 수 있는 한 사람의 친구가 더 소중하다.

노인들과 젊은이들이여! 예술의전당이 여러분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예술의전당은 노년층을 위해서는 무료 노블 회원제로, 젊은이들에게는 싹틔우미 회원제로 다양한 관람 혜택을 마련해 놓고 있다. 예술만큼 외로움을 치료해주는 친구도 없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