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고의적 분식회계 혐의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과징금 80억원과 관련 임직원 검찰 고발 등 중징계를 통보했다.

3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회계전문심의기구인 감리위원회는 KAI의 분식회계 혐의 안건에 대해 31일 심의한다. 금융감독원은 KAI가 고의적으로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며 과징금 80억원과 임직원 검찰 고발, 감사인 지정 등 최고 수위의 제재를 통보했다. 이는 사상 최대 과징금을 받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같은 수준으로, KAI에 대한 지적 건수는 10여 건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KAI에 대한 최종 제재 수위는 오는 3월 이후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AI에 대한 심의 내용이 방대하고 대심제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 몇 차례 추가 감리위와 증권선물위원회를 거쳐 최종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대심제는 금감원 감리부서와 심의 대상이 된 회사가 동석해 동등하게 소명기회를 주는 제도다.

금감원은 검찰이 2017년 7월 방위산업 비리 수사를 시작하자 분식회계 혐의가 불거진 KAI에 대해 1년 넘게 정밀감리를 했다.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는 KAI가 2013~2017년 자재 출고 조작과 원가 전용 등을 통해 매출 5358억원, 순이익 465억원을 과다계상했다고 2017년 10월 발표했다.

회사 측은 수주산업 특성상 사업 진행률에 대한 회계인식을 다르게 판단한 것이라며 분식회계가 아니라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KAI는 그동안 협력업체에 대금을 지급할 때 매출을 인식하는 방법으로 회계처리를 해왔다가 검찰이 문제를 제기한 뒤 사업 진행률에 따라 매출을 인식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인식방법을 바꿔 정정공시하면서 2013~2016년 누적 매출이 350억원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734억원 늘어났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