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 부결 위기' 90%가 中企…"본업 손놓고 뛰어도 정족수 못채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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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더 심각한 '주총대란'
섀도보팅 폐지 후폭풍…주총 정족수 미달로 기업 피해 속출
올해 감사선임 불발 예상 154곳…94%가 중소·중견기업
내년엔 238곳으로 늘어나 기업 감사기능 약화 불보듯
정부·정치권은 1년 넘게 뒷짐…'무더기 부결' 재연 우려
섀도보팅 폐지 후폭풍…주총 정족수 미달로 기업 피해 속출
올해 감사선임 불발 예상 154곳…94%가 중소·중견기업
내년엔 238곳으로 늘어나 기업 감사기능 약화 불보듯
정부·정치권은 1년 넘게 뒷짐…'무더기 부결' 재연 우려
작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안건이 부결된 회사는 76개. 중소·중견기업 비율은 97.4%(74개)에 달했다. 이 가운데 24개 회사는 직원을 동원하거나 비용을 지급하고 주주를 대신 모아주는 대행사를 고용해 임시주총을 열었다. 그러나 15개 회사는 이마저도 실패했다. 한 중소 상장사 대표는 “본업을 멈추고 한 달 넘게 주총에 ‘올인’했는데 결국 두 번 다 실패했다”며 “이로 인한 피해가 막대하다”고 하소연했다.
상장사 5곳 중 한 곳은 감사 선임 못해
의결 정족수(발행주식 총수의 25%)를 채우지 못해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이 지연되는 기업의 피해가 매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최대주주·특수관계인과 기관투자가, 5% 이상 주주, 작년 소액주주의 평균 의결권 행사비율(7.2%)을 다 합쳐도 보통결의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 찬성)에 미달하는 곳이 271개(1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회가 1928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반대표가 한 표도 없다는 것을 가정한 수치다.
발행주식 총수의 33.3% 찬성이 필요한 합병 등 특별결의 요건에 미달하는 회사는 487곳에 달했다. 상장사의 25.3%로 4곳 중 1곳꼴이다.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정책팀장은 “개별 회사가 의결 정족수를 간신히 맞춘다면 이 비율은 줄어들 수 있다”며 “다만 올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원칙) 도입으로 반대표가 늘 것으로 예상돼 주총 결과를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3% 룰)하는 감사·감사위원 선임은 더욱 어렵다. 올해 이들을 신규로 선임해야 하는 737개 기업 가운데 154개(20.8%)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상장사 5개 중 한 곳은 감사 신규선임을 못한다는 뜻이다. 이 중 중소·중견기업 비율은 93.5%(144개)에 달한다. 감사·감사위원 선임 대상이 늘어나는 내년엔 238개로 늘어난다.
보통·특별결의와 감사·감사위원 선임이 모두 불가능한 회사는 168개에 달한다. 기업에 대한 감사 기능 약화도 우려된다. 상법에선 신임 감사 안건이 통과하지 못해도 기존 감사가 다음 주총이 열릴 때까지 계속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교체를 통보받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이 얼마나 업무에 충실할지 의문”이라며 “기업에 대한 감시 기능이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온적인 정부·여당
상장사들은 지난해 주총대란을 겪고도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정부와 정치권에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적극적이지만 의결정족수 완화 등 주총 활성화 입법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주총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상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가 지난해 내놓은 대책 역시 주총 참여를 독려하는 TV·신문 광고 및 전자투표 참여 주주에게 모바일 기프티콘 제공 등 미봉책에 그쳤다는 평가다.
본격적인 주총 시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보완책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금융위가 작년 초 기업이 주주 이메일과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활용해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여전히 논의 중이다. 회사 직원을 동원하거나 1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하고 대행사를 고용해 주주명부에 적힌 주소로 주주를 찾아나서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만간 온라인 또는 유선전화를 활용해 주총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금융위와 협의해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법무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는 주총대란이 반복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현 정부의 신념을 지키려다 본업과 관련 없는 비용만 늘어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 부결은 감사위원회 설치 등 대안이 마련돼 있다”며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의결 정족수(발행주식 총수의 25%)를 채우지 못해 회사의 주요 의사 결정이 지연되는 기업의 피해가 매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30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최대주주·특수관계인과 기관투자가, 5% 이상 주주, 작년 소액주주의 평균 의결권 행사비율(7.2%)을 다 합쳐도 보통결의 요건(발행주식 총수의 25% 이상 찬성)에 미달하는 곳이 271개(14.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협의회가 1928개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사를 전수조사한 결과다. 반대표가 한 표도 없다는 것을 가정한 수치다.
발행주식 총수의 33.3% 찬성이 필요한 합병 등 특별결의 요건에 미달하는 회사는 487곳에 달했다. 상장사의 25.3%로 4곳 중 1곳꼴이다. 이재혁 상장사협의회 정책팀장은 “개별 회사가 의결 정족수를 간신히 맞춘다면 이 비율은 줄어들 수 있다”며 “다만 올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수탁자책임원칙) 도입으로 반대표가 늘 것으로 예상돼 주총 결과를 전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3% 룰)하는 감사·감사위원 선임은 더욱 어렵다. 올해 이들을 신규로 선임해야 하는 737개 기업 가운데 154개(20.8%)가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 전망이다. 상장사 5개 중 한 곳은 감사 신규선임을 못한다는 뜻이다. 이 중 중소·중견기업 비율은 93.5%(144개)에 달한다. 감사·감사위원 선임 대상이 늘어나는 내년엔 238개로 늘어난다.
보통·특별결의와 감사·감사위원 선임이 모두 불가능한 회사는 168개에 달한다. 기업에 대한 감사 기능 약화도 우려된다. 상법에선 신임 감사 안건이 통과하지 못해도 기존 감사가 다음 주총이 열릴 때까지 계속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이미 교체를 통보받은 감사 또는 감사위원이 얼마나 업무에 충실할지 의문”이라며 “기업에 대한 감시 기능이 약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온적인 정부·여당
상장사들은 지난해 주총대란을 겪고도 대책 마련에 미온적인 정부와 정치권에 비난의 화살을 돌린다. 주무부처인 법무부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경제민주화와 관련해선 적극적이지만 의결정족수 완화 등 주총 활성화 입법엔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범정부 차원에서 주총 활성화 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상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위가 지난해 내놓은 대책 역시 주총 참여를 독려하는 TV·신문 광고 및 전자투표 참여 주주에게 모바일 기프티콘 제공 등 미봉책에 그쳤다는 평가다.
본격적인 주총 시즌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인 보완책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금융위가 작년 초 기업이 주주 이메일과 전화번호 등의 정보를 활용해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상법 개정을 법무부에 요청했지만 여전히 논의 중이다. 회사 직원을 동원하거나 1억원이 넘는 비용을 지급하고 대행사를 고용해 주주명부에 적힌 주소로 주주를 찾아나서는 일이 벌어지는 이유다. 법무부 관계자는 “조만간 온라인 또는 유선전화를 활용해 주총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방안 등을 금융위와 협의해 내놓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법무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서는 주총대란이 반복되는 건 당연한 수순”이라며 “현 정부의 신념을 지키려다 본업과 관련 없는 비용만 늘어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 안건 부결은 감사위원회 설치 등 대안이 마련돼 있다”며 “기업들이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해명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