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범국민 서명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가 지난주 청와대에 탈원전 공개 청원을 전달한 데 이어 30일에는 ‘대통령께 드리는 탈원전 반대 38만인의 공개 청원’이라는 제하의 신문광고를 게재했다. 운동본부는 광고에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40년간 단 한 차례의 원전사고도 없을 정도로 안전성이 입증됐고 원전은 미세먼지 감축과 기후변화 대처에도 매우 유용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원전을 멈추는 것은 “에너지 주권을 포기하는 것이며 전기요금 대폭 인상을 가져오는 것은 물론,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원전산업 몰락을 초래한다”며 탈원전 정책을 재고해 줄 것을 호소했다.

탈원전 정책이 얼마나 많은 문제와 모순을 품고 있는지는 더 이상 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소 소장은 “원전사고를 경험한 러시아, 미국, 일본이 계속 원전을 이용하는 것은 그 안전성과 효용이 얼마나 큰지를 방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탈원전’ 저지를 위해 뭉치고 있다. 원전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자는 취지로 결성된 시민단체 ‘사실과 과학 시민 네트워크’의 조기양 공동 대표는 “사실이 이념에 덮이고 과학이 무지에 생매장당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다.

운동본부는 출범 9일 만에 서명자가 10만 명을 돌파했고 한 달 만에 23만 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30일 기준으로는 38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운동본부는 지난 21일 청와대에 청원서를 서면으로 전달했다. 청와대는 국민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지 30일 내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경우 공식 답변을 하게 돼 있다. 운동본부는 온라인으로 접수하지는 않았지만 청와대가 답변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수많은 전문가와 국민들의 우려와 비판에 더 이상 눈과 귀를 막아서는 안 된다. 청와대는 이번 청원이 청원 게시판 게재 요건에 맞지 않는다며 답변 없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청원 게시판 답변 요건 충족 여부를 따지기보다 국가의 에너지 백년대계를 걱정해야 할 때다. 한 번 무너진 원전 생태계는 복구가 거의 불가능하다. 탈원전 반대 청원에 청와대의 진지한 답변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