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세 번째)가 30일 경기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맨 왼쪽)과 반도체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 세 번째)가 30일 경기 화성에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사업장을 찾아 이재용 부회장(맨 왼쪽)과 반도체 제품 설명을 듣고 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30일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인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수탁생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화성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위기의 이유를 밖에서 찾지 않겠다. 지속적인 (내부) 혁신을 통해 반드시 헤쳐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작년 4분기부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 급락에 따른 위기를 비메모리 사업을 키워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정부·여당과 소통 늘리는 삼성

홍 원내대표는 이날 민주당 의원 20여 명과 함께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방문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정부가 여러분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현장의 어려움을 신속하게 해소하는 데 힘쓰겠다”고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라고 민주당은 설명했다.

홍 원내대표는 “(삼성전자가) 모든 사업 분야에서 1등이 돼 한국 경제의 선도 기업 역할을 해달라”며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 부회장은 “일자리 창출은 우리 책임인 만큼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며 “중소기업과의 상생에도 더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홍영표 민주 원내대표 만난 이재용 "비메모리,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
재계는 권미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간담회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삼성에 반도체 투자를 위해 필요한 건의 사항을 서면으로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여당이 규제 완화를 통한 ‘기업 기 살리기’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기대에서다. 삼성은 투자 확대에 필요한 애로사항을 정리해 조만간 민주당에 전달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지역 주민의 반대로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서안성~고덕 송전선로 건설 문제 해법 등을 건의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30년 비메모리도 1위 목표”

이 부회장은 비공개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운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비메모리 반도체는 반도체의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눈 역할을 하는 이미지센서, 입과 귀 역할을 하는 통신용 반도체 등을 통칭한다. 시장 규모로 따지면 메모리 반도체 시장보다 2배가량 크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3109억달러로 메모리 시장(1658억달러)을 압도했다. 가트너는 2022년까지 메모리는 연평균 1% 성장에 그치지만 비메모리는 매년 5%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60% 이상을 장악하고 있지만, 비메모리 시장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국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3.4%로, 미국(63%) 유럽연합(EU·13%) 일본(11%)은 물론 중국(4%)에도 뒤진다.

업계 관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이 섞여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간 협업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한국이 비메모리 시장에서도 강자가 되려면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이 대거 배출될 수 있도록 전문 인력부터 양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올 들어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 육성 의지를 잇따라 밝힌 것에 주목한다. 이 부회장은 15일 문 대통령과 만났을 때 “기업이 성장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며 비메모리 사업을 키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미지센서와 차량용 반도체 등 비메모리 사업을 대폭 강화해 2030년에는 메모리에 이어 비메모리에서도 세계 1위에 오른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좌동욱/김소현/고재연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