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언 체스키 에어비앤비 창업자, 10년 만에 세계 숙박시장 판 뒤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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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CEO & Issue focus
월세 낼 돈도 없던 20代 백수시절 친구들 모아 방 빌려주는 사업 시작
빈방 빌려주는 진부한 사업모델?
1주일 만에 한달 월세 벌어 "이거다"
고개 젓는 투자자 끈질기게 설득
4년 만에 500만명 이용 '폭발 성장'
투숙객"자보니 좋더라"입소문
유사업체와 차별화 전략으로
'쉽고 멋지게' 디자인 경영 고수
마우스 세 번만 누르면 예약 완료
쏟아지는 비판·견제 극복
시장 뺏기는 전통 숙박업체 반발
뉴욕·파리·베를린·亞 도시들도 규제
각종 서비스 개선하며 '정면돌파'
월세 낼 돈도 없던 20代 백수시절 친구들 모아 방 빌려주는 사업 시작
빈방 빌려주는 진부한 사업모델?
1주일 만에 한달 월세 벌어 "이거다"
고개 젓는 투자자 끈질기게 설득
4년 만에 500만명 이용 '폭발 성장'
투숙객"자보니 좋더라"입소문
유사업체와 차별화 전략으로
'쉽고 멋지게' 디자인 경영 고수
마우스 세 번만 누르면 예약 완료
쏟아지는 비판·견제 극복
시장 뺏기는 전통 숙박업체 반발
뉴욕·파리·베를린·亞 도시들도 규제
각종 서비스 개선하며 '정면돌파'
세계 최대 숙박공유기업 에어비앤비는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몸값이 비싼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이다. 기업가치가 293억달러(약 32조7000억원·2019년 1월 기준)에 이른다. 에어비앤비는 200여 개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08년 설립돼 이제 10년이 된 이 회사의 직원은 3000명을 조금 넘는다. 하지만 힐튼, 하얏트와 같은 유수의 세계 호텔 체인들을 제치고 글로벌 숙박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라이언 체스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빼고선 에어비앤비 성공의 원동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 명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체스키는 특유의 디자인 경영을 앞세워 에어비앤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얼핏 보면 혁신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빈방(숙박) 공유 사업’이 이토록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은 사업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간 그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글로벌 기업으로
에어비앤비는 소박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2007년 당시 직장이 없던 20대 중반의 체스키는 부족한 월세를 충당하기 위해 빈방을 관광객에게 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그가 살던 샌프란시스코는 산업디자인콘퍼런스에 참석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호텔 방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체스키는 공기침대 3개를 구입해 숙박사업을 시작했고 1주일 만에 한 달치 월세를 벌 수 있었다. 빈방 공유가 좋은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체스키는 친구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에어비앤비가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빈방을 단기간 임대한다는 사업 아이디어만을 갖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체스키의 집을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체스키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던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가 될 것을 권유했다.
그러던 중 2009년 처음으로 체스키의 노력을 눈여겨본 벤처투자자 폴 그레이엄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본격 도약의 계기를 잡았다. 에어비앤비는 설립 4년 만에 이용자 500만 명을 넘기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2011년에는 독일에서 유사 업체를 인수하며 해외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열광하는 100명을 확보하라”
체스키는 규모를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매진했고 이게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에어비앤비를 ‘좋아하기만 하는 100만 명’보다는 ‘열광하는 100명’이 더 낫다고 그는 생각했다. 에어비앤비에 매료된 투숙객들은 자기 도시에도 이 서비스를 도입하고 싶어 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에어비앤비 서비스 지역은 확대됐다.
체스키는 에어비앤비를 유사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디자인 경영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쉽고 멋지게’를 추구하는 에어비앤비의 콘셉트는 세련된 사용자환경(UI)을 제공하고 마우스를 세 번만 누르면 예약을 완료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웹사이트에 잘 나타난다.
체스키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집념도 있었다. 투자자 그레이엄은 에어비앤비 투자를 결정한 당시를 회상하며 “체스키와 그의 친구들은 바퀴벌레같이 끈질긴 사람들이었다”며 “이들이 쉽게 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회를 잘 포착했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체스키가 사업을 시작한 2008년은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극에 달했던 때로 많은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빈방을 빌려주겠다는 집주인이 급증했고 이는 에어비앤비 성장을 견인했다.
“나의 성공이 당신의 실패는 아니다”
에어비앤비가 급성장하자 전통 숙박업계의 반발이 커졌다. 그들은 에어비앤비을 통해 빈방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사업을 한다고 비판했다. 에어비앤비가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설상가상으로 숙박객이 호스트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집주인이 이용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되는 등 여러 문제가 터져나왔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여론을 의식해 에어비앤비 견제에 나섰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가장 많은 뉴욕시는 집주인에게 매달 거래내역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파리와 베를린 등에서는 에어비앤비 퇴출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도 에어비앤비를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 쏟아졌다.
체스키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정공법으로 에어비앤비와 관련한 우려를 줄이고자 했다. 그는 에어비앤비가 시장 확장에 집중하느라 정작 서비스엔 소홀했다고 반성했다. 숙박시설이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음성 및 비디오 이용 보안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24시간 고객 지원 핫라인을 개설해 투숙객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에어비앤비가 대도시의 주거용 주택 수를 줄여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올해부터는 직접 주택 건설 사업에 뛰어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체스키는 에어비앤비가 승승장구하면서 전통적인 숙박업소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성공하는 것이 당신이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실리콘밸리의 격언을 믿는다고 했다. 체스키는 “에어비앤비는 호텔의 경쟁자가 아니라 숙박업계를 함께 성장시키는 동반자로, 에어비앤비와 호텔은 같이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브라이언 체스키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CEO)를 빼고선 에어비앤비 성공의 원동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미국 명문 로드아일랜드디자인스쿨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한 체스키는 특유의 디자인 경영을 앞세워 에어비앤비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얼핏 보면 혁신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빈방(숙박) 공유 사업’이 이토록 눈부신 성과를 거둔 것은 사업 가능성을 믿고 끝까지 밀고 나간 그의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 아이디어가 글로벌 기업으로
에어비앤비는 소박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2007년 당시 직장이 없던 20대 중반의 체스키는 부족한 월세를 충당하기 위해 빈방을 관광객에게 빌려줘야겠다고 생각했다. 때마침 그가 살던 샌프란시스코는 산업디자인콘퍼런스에 참석하려는 이들이 몰리면서 호텔 방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체스키는 공기침대 3개를 구입해 숙박사업을 시작했고 1주일 만에 한 달치 월세를 벌 수 있었다. 빈방 공유가 좋은 돈벌이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은 체스키는 친구들을 모아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에어비앤비가 처음부터 성공가도를 달린 것은 아니다. 빈방을 단기간 임대한다는 사업 아이디어만을 갖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사업 초기에는 말 그대로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여야 했다. 비용을 아끼기 위해 체스키의 집을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기도 했다. 체스키는 미국 전역을 돌아다니며 에어비앤비를 이용했던 사람들을 만나 그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호스트가 될 것을 권유했다.
그러던 중 2009년 처음으로 체스키의 노력을 눈여겨본 벤처투자자 폴 그레이엄으로부터 자금을 수혈받으면서 본격 도약의 계기를 잡았다. 에어비앤비는 설립 4년 만에 이용자 500만 명을 넘기는 등 빠르게 성장했다. 2011년에는 독일에서 유사 업체를 인수하며 해외 서비스를 시작했고 이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열광하는 100명을 확보하라”
체스키는 규모를 키우기보다 내실을 다지는 데 매진했고 이게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에어비앤비를 ‘좋아하기만 하는 100만 명’보다는 ‘열광하는 100명’이 더 낫다고 그는 생각했다. 에어비앤비에 매료된 투숙객들은 자기 도시에도 이 서비스를 도입하고 싶어 했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자연스럽게 에어비앤비 서비스 지역은 확대됐다.
체스키는 에어비앤비를 유사 업체와 차별화하기 위해 디자인 경영 철학을 고수하고 있다. ‘쉽고 멋지게’를 추구하는 에어비앤비의 콘셉트는 세련된 사용자환경(UI)을 제공하고 마우스를 세 번만 누르면 예약을 완료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한 웹사이트에 잘 나타난다.
체스키에게는 포기하지 않는 집념도 있었다. 투자자 그레이엄은 에어비앤비 투자를 결정한 당시를 회상하며 “체스키와 그의 친구들은 바퀴벌레같이 끈질긴 사람들이었다”며 “이들이 쉽게 망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기회를 잘 포착했고 이를 놓치지 않았다. 체스키가 사업을 시작한 2008년은 미국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극에 달했던 때로 많은 집주인이 대출금을 갚지 못했다. 부족한 돈을 메우기 위해 빈방을 빌려주겠다는 집주인이 급증했고 이는 에어비앤비 성장을 견인했다.
“나의 성공이 당신의 실패는 아니다”
에어비앤비가 급성장하자 전통 숙박업계의 반발이 커졌다. 그들은 에어비앤비을 통해 빈방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사업을 한다고 비판했다. 에어비앤비가 세계 주요 도시의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설상가상으로 숙박객이 호스트 집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집주인이 이용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적발되는 등 여러 문제가 터져나왔다.
세계 각국의 도시들이 여론을 의식해 에어비앤비 견제에 나섰다. 에어비앤비 호스트가 가장 많은 뉴욕시는 집주인에게 매달 거래내역 등을 제출하도록 하는 법을 제정했다. 파리와 베를린 등에서는 에어비앤비 퇴출을 요구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아시아에서도 에어비앤비를 견제하기 위한 법안이 쏟아졌다.
체스키는 초심으로 돌아가는 정공법으로 에어비앤비와 관련한 우려를 줄이고자 했다. 그는 에어비앤비가 시장 확장에 집중하느라 정작 서비스엔 소홀했다고 반성했다. 숙박시설이 책임보험에 가입하도록 하고 음성 및 비디오 이용 보안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24시간 고객 지원 핫라인을 개설해 투숙객이 안심하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에어비앤비가 대도시의 주거용 주택 수를 줄여 부동산 가격을 올린다는 비판을 받아들여 올해부터는 직접 주택 건설 사업에 뛰어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체스키는 에어비앤비가 승승장구하면서 전통적인 숙박업소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성공하는 것이 당신이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실리콘밸리의 격언을 믿는다고 했다. 체스키는 “에어비앤비는 호텔의 경쟁자가 아니라 숙박업계를 함께 성장시키는 동반자로, 에어비앤비와 호텔은 같이 시장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