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주주 행동주의 넘어 기업인수 본격화 추진"
미국의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이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상장기업을 아예 인수하는 전략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엘리엇은 기업들을 사유화한다는 명목으로 투자자들에게 20억 달러(약 2조2천억원)를 요청했다.

소식통들은 헤지펀드인 엘리엇이 과거에 기업을 인수한 적이 있으나 이번 시도는 주력 펀드의 운용과는 별개로 이뤄지는 거래이자 더 큰 기업들을 다루는 데 고객들의 자금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엘리엇은 이번 주 투자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기업 인수에 대한 구상을 털어놓았다.

이 서한에서 엘리엇은 행동주의와 사모펀드를 '강력한 조합'으로 불렀으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다.

엘리엇은 기업 인수에 더 유동적으로 참여하고 IT기업 투자를 지원하려고 4년 전에 사모펀드 자회사인 '에버그린 코스트 캐피털'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엘리엇은 주로 정보통신(IT) 기업들에 투자했는데 최근 들어 다른 산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행동주의 투자업체들은 상장기업의 지분 몇 %를 사들여 주가를 띄우기 위해 변화를 압박하는 전략을 취한다.

그러나 엘리엇은 다른 행동주의 펀드들과 달리 아예 기업을 통째로 인수해 원하는 변화를 직접 실행하기도 한다.

이번 투자자 서한에서 엘리엇은 기업을 사유화하는 능력을 자사 행동주의 전략의 고유한 장점으로 꼽았다.

엘리엇은 "상장기업이 구체적인 행동을 하도록 유도하고 설득하고 압력을 넣는 사모펀드가 존재하기라도 하는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전방위로 그렇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 인수를 위한 모금은 펀드 매니저들이 특정 기업들에 신속히 집중적인 투자를 할 때 사용하는 이른바 '공동투자' 방식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실제로 공동투자가 이뤄지면 엘리엇은 펀드 운용 수수료를 받지 않고 이익이 8% 이상일 때만 이익의 15%를 떼어가기로 했다.

엘리엇은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장기실적을 자랑하며 운용자산을 급격히 늘려온 펀드다.

뉴욕 헤지펀드는 운용자금이 2015년 260억 달러(약 28조9천억원)이던 것이 현재 340억 달러(약 27조8천억원)까지 불었다.

헤지펀드의 실적을 추적하는 HFR에 따르면 엘리엇은 작년에 동종 업계가 4% 이상 손실을 본 상황에서도 2%에 가까운 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